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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못생김.

1. K-둘째의 차별일기.

by 손바닥

오늘은 기분이 좀 우울하다. 좋아하는 야구 직관을 갔지만 가족들과 다퉜다. 다툰 이유는 보잘것없지만, 보잘것없는 게 더 서러운 법이다.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언니와의 차별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부모님은 별다른 의미 없이 한 말이겠지만, 하나하나 나에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나는 크게 이쁘게 생기진 못했다. 나라고 뭐 안 이쁘고 싶겠냐만은, 태생적으로 생긴 이목구비를 바꾸는 일은 성형밖에 없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몸도 약한 편이고 벌써 수술을 4차례나 겪은 나에겐, 미용을 위한 수술은 사치나 다름없다. 매번 거울을 볼 때면, 생긴 대로 살자 마음을 다잡고 잘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미용'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생겼고, 여성스럽게 옷을 입거나 꾸미는 일도 줄었다.


대놓고 언니는 '나'와 닮았다고 말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얘기한다. 같은 곳에서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지만, 나와 같이 수업을 듣진 않는다. 어느 날 강사님이 언니가 나인 줄 알고 착각했다는 말을 했고, 언니는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나한테 전하며 "너랑 착각했다고 해서 기분 나빴다" 며 슬쩍 비웃으며 자기 우월감에 젖었다. 그럴 때면 '하하 그러게 언니가 나보다 훨씬 이쁘지'라고 해줬지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이젠 매번 그 장단에 어울려주기 싫어 '나도 이뻐, 나도 기분 나빠' 라며 유치한 말을 뱉었다.


언니는 그냥 지나가듯 한말이지만, 내게는 늘 콤플렉스와 같았던 이야기들.

참 외모가 별거냐만은, 사람을 판단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겉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마다 서럽다.


우리 엄마도, 외모를 놓고 차별하는 말을 자주 했다. 이것 때문에 얼마 전에도 크게 싸웠다. 나이가 드니 얼굴살이 처지고, 얼굴살이 처지니 턱이 점점 동그래질 수밖에 없다. 그날은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하는 날이었는데,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아빠에게 건네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엄마는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자기 턱을 쓱쓱 만져댔다.


"왜? 내 턱 내려앉았다고?"


나라고 턱이 내려가게 하고 싶은가? 아니지 않은가. 네가 관리를 안 해 그렇다며 쏘아붙이는 말들. 나도 관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그랬더니 마사지도 받고 피부과를 다니라는 소리로 이어진다.


애초에 얼굴이 둥글게 생기고, 턱이 짧아서 하관이 없는 형태의 얼굴이라, 턱선이 보일 수가 없는 구조여서 단순히 피부과를 가는 게 아니라 성형외과에 가서 성형을 해야 한다고 이전에도 몇 번 말하지 않았냐로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성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긴 대로 살고 싶은데, 왜 그러냐며 싸웠다. 어렸을 땐 까만 피부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안 씻고 다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까맸던 피부에 사춘기를 만나니, 피지가 폭발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아, 안 좋은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매일 깨끗하게 세수를 해도, 피지는 많아지고, 모공은 커져만 갔다. 그때 엄마와 언니는 무슨 내 피부를 벌레 보듯 바라봤었다.


결국 싸우다가 어린 시절에도 내 외모 가지고 비하하는 말을 하지 않았냐까지 이어졌고, 엄마는 '그럼 뭘 내가 어떻게 하자고? 앞으로 이런 말 안 할게' 라며 되려 쏘아붙였다. 결국 난 울컥해서 '그냥 이대로도 이쁘다고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 며 말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대화가 무색하게, 엄마는 또 언니와 셋이 찍은 사진을 보며 "우리 딸(=언니)이 제일 얘기네 아직도 어려 이쁘네"라며 큰소리로 말했다. 언니와 나는 나이차이가 4살이나 나는데, 세 명이서 사진을 찍을 때면 매번 이런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서럽다 서러워. 알게 모르게 매번 이렇게 차별이 쌓여가지만, 정작 본인들은 '내가 이상하고 예민한 애'라고 생각한다. 못생기면 성격이 좋아야 한다는 말, 그 말이 딱인가 보다. 나는 성격도 별로여서 이런 얘기나 농담들도 다 상처가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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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기 조심스럽다. 내가 3남매의 둘째로 살아오며 느낀, 차별의 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내가 느끼기엔 좀 많이 개방적이라, 나의 정말 프라이빗한 이야기는 올리지 않고 겉핡기식으로 올렸었다. 나는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정도로 빙빙 둘러가며, 에둘러 표현하며 글을 썼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솔직하게 가공되지 않은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 글은 얼마 못 가 비공개로 전환될지 모르지만, 내가 살면서 느낀, 가족 안에서의 차별을 남기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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