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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Feb 01. 2016

나를 기록하다.

잊지 말자, 나는 빛난다.

일기를 쓰는 걸  생활화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항상 꾸준히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적어왔었다. 근래 나는 참 많이 힘들었다. 교통사고가 났었다. 전치 12주였다. 다리를 크게 다쳤고 대학교를 휴학했다. 복수전공도 준비했던 공모전도 전부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의에서 보면 '고작 그런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좀 많이 흔들려왔다.

아직 내가 살아가고 있는 좁디 좁은 내 세상 안에서, 나에게 닥 친일은 너무 컸다. 그 일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기 충분했다. 나는  피해자였고, 내가 피해자 임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랬다. 괜히 나는 내게 닥 친일을 주변에 부풀려놓았다.


그래, 나는 힘들었다. 그래서 한없이 슬퍼졌다.  


끊임없는 슬픔은 내 목표를 흔들었다. 준비해왔던 모든 게 내 슬픔에 가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나를 나태하고 게으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게을러졌다. 내 안의 성실함은 이미 사라졌고, 매일매일이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원망으로 가득했다. 원망은 좋은 핑계거리였다. 심심하면 나는 원망을 꺼내 과자처럼 까서 먹었다. '나는 피해자다. 그러니 이렇게 행동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다'라고 나를  합리화시켰다.


그렇게 6 개월, 1년이 지나 지금은 2016년이다.


어느 날, 무심코 블로그에 써왔던 내 일기를 클릭했다. 2년 전 나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적어놨다.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중략)...

  나는 적어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이 주는 설렘을 알고 있다. 신은 나에게 어쩌면 가장 큰 축복을 주신 것 일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초심이라, 나는 내 초심이 뭘까. 내 설렘은 뭘까.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많은 것들은 뭘까.

1월 한 달은 그걸 고민하는데 모든 시간을 쓴 것 같다. 고민은 길어졌고 나는 또 힘들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면, 이제 그만하는 게 맞지 않을까, '쉽게 포기할 만큼 나에게 그림은 중요한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뛰어다닐 때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 우상으로 삼았던,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킨다. 그게 나의 길이다.'

어떤 한 만화에서 봤던 말이었다. 고작 만화책의 한 대사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 당시, 나에게 자신의 주관을 지켜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줬던 말이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주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행복과 즐거움을 알려줬던 이야기였다. 

그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지키려고 했고. 내 목표를 이루려고 했고, 내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주저하지 않으려 했다. 후퇴하지 않으려 했다. 잊지 않으려 했다. 내가 왜 살아가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건지. 그랬다. 중고등학교 때의 난, 적어도 지금처럼 피해자는 아니었다.


어쩌면 2016년, 난 지금 피해자라는 말 뒤에 숨은 겁쟁이가 된 것일지 모른다. 피하고 잊어버리고 흔들리는 게 편해, 내 주관과 내 가치관을 져버리고 한없이 부정적으로 변한 걸지 모른다.


가끔 난 일기를 쓴다. 내가 느꼈던 그날의 공간과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일기를 쓴다. 어느날, 무심코 잊고 살았던 내 모습을 일기 속에서 발견하곤 한다. 일기를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난 24년간의 나를 단 한순간의 사건으로 지워버리려고 했다. 내가 나를 말이다. 


오늘 나는 내가 잊었던 나를 기록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 하고 싶은 일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잊지말자.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주저하지말자. 두 걸음만 더 열심히 하자. 피해자가 되지 말자. 내가 해야 하는 일의 어려움에 두려워 내가 가야 하는 목표를 지우지 말자. 그러지 말자. 내가 잊었던 당당하고 굳건했던,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힘들지 않았던, 나를 지우지 말자.

더 성실해지자. 할 수 있다가 아니라,'한다. 해야 한다. 하고 만다. 해냈다'를 외치던 나로 돌아가자

그래. 나는 해낼 것이다. 아직 빛날 수 있다.

아니, 나는 빛난다. 잊지말자.

- 나를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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