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마음은 라면 냄새가 배어버린 벽지처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너와의 헤어짐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대학 동아리에서 너를 봤을 땐 그저 좋은 친구로만 생각했다.
"안녕-"
짧은 인사를 주고받다가 문득 아무 생각 없이 먼저 번호를 물었다.
첫 대학생활, 첫 남자 친구, 첫 사랑
내게 너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밥 한번 먹었던 사이에서 같이 한잔 할 수 있는 친구로 우린 꽤나 가까워졌다.
너와 내가 처음, 우리가 되기로 약속한 그날도 오늘만큼이나 꽤 어둡고 더운 밤이었다. 혼자 자취방에서 컵라면을 먹으려는데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뭐해? 얼굴 보자, 나와"
컵라면에 물만 부워둔채, 한 젓가락 집어 먹지도 못하고
나는 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학교 앞 포차는 더위 때문인지 꽤나 사람이 많았다.
채소 틈바구니에 들어간 상추 더미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너나 할 것 없이 한잔씩
인생을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그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분위기에 취하는 건지, 파란 소주병에 취하는 건지
너와 함께하는 술자리는 늘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나누는 가벼운 스킨십도
너무나 완벽했다.
그렇게 우린 늘 완벽할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먹지 못한 컵라면은 어느새 팅팅 불어 있었다. 면발은 너무 불어서 차마 형채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한입 먹고 나서 전부 싱크대에 쏟아 버렸다. 방안 벽지에 잔뜩 베어버린 라면 냄새까지는 어떻게 버릴 수가 없었다.
-
"헤어지자"
꽤나 날카로운 이별의 기로에 섰을 때,
다시는 살 수 없을 것처럼 하염없이 울었다.
너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그날의 술자리에서, 집에 돌아와 보았던 컵라면이 된 기분이었다.
네가 생각날 때면 눈물과 함께 슬픔을 쏟아 버렸지만,
너에 대한 마음은 라면 냄새가 배어버린 벽지처럼,
어떻게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난,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가끔 네가, 가끔 우리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