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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Jul 09. 2022

코로나 막차에 탄 직장인

왜 마음 놓고 아프지도 못하는 거죠?

시간은 빠르다. 그래서 벌써 7월이고 나는 기약 없던 20대를 끝냈으며 30살이 되었다. 지난 3년은 있지만 없었던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왔고, 이직은 기약 없이 미뤄졌으며 여행조차도 다니지 못했으닌깐, 지난 3년은 코로나를 핑계 삼아 없는 시간이었다.


나이를 먹었고, 나는 아직 직장인이다. 10대엔 내가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성공할 줄 알았다. 20대 때 나는 직장에 들어가서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면 성공할 줄 알았다.


20대의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 30대의 나는 멋진 사장님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냥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너무 아프다. 아픈데 마음이 편치 않다. 동료들의 카톡과 매일같이 나의 상태를 묻는 팀장님의 연락, 차마 ‘아프닌깐 더 쉴게요’라고 하지 못하고 ‘재택근무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원격으로 회사 컴퓨터에 접속했다. 


시대가 너무 빨리 좋아진 탓일까. 원격으로 접속해도 근무에는 무리가 없어서, 괜히 it회사들이 원망스러웠다. 


일을 했다. 기다렸다는 듯 업무가 넘어왔다. 넘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가 불편하지만 일을 해야 한다. 


몸에서 열이 난다. 기침도 끊이지 않았지만, 일을 했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컴퓨터를 원격에서 풀어주었다.


‘그래, 받은 만큼은 적어도 일해야지’라는 생각과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아파도 일은 해야 한다. 


내가 아파도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일주일 사이, 아베는 총에 맞아 사살당했고 회사는 곧 인사발령 공지를 낼 예정이다. 


그게 바로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마음 놓고 아프기보단 서로가 눈치 보는 상황을 택해야 하며, 힘들더라도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일은 해야 한다. 


마음 놓고 아프면, 그만큼 뒤처질지도 모르니깐.


격리의 마지막 날이다. 고작 일주일, 그 일주일 좀 아팠다고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이 불안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빨리 나아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럴 거면 초반에 걸릴걸. 눈치라도 좀 덜 보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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