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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Nov 26. 2022

22.11.26일 마음의 배고픔

마음이 공허하다. 마음 한켠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수북이 적어 놓고 정작 실행은 하지 않는다. 실행을 하지 않기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큰 걸 알면서 적어놓은 일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언젠가부터 실패에 익숙해졌다. 당연히 안 되는 것들이라는 생각만 곁을 맴돈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머물고자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 해야 할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더 딱딱해진다. 이제는 진짜 해야 하는데 딱딱해진 일들은 더 무겁게 마음을 누른다. 


어느 순간부터 성장이 멈췄다. 다들 나아가기 바쁜 것 같은데, 그들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사실 이미 저 어린 시절 내 성장은 멈춘 건지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고 주변의 깊이는 달라지는데, 나는 여전히 게으를 뿐이다.


나를 눌러온 딱딱한 일들을 막상 거둬내면 별거 아닐 텐데, 이제는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음은 무거운데 육체는 공허하다. 언젠가부터 항상 배고프다. 이 배고픔이 가짜라는 생각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함이 주변을 서성거린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일과 불안함을 잊으려 애써 오늘도 나는 배고픔을 지우며 음식을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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