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yr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ric May 16. 2018

결혼에 대하여

'문문'의 <결혼>을 듣고


온종일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어대던 토요일이 지난 일요일은,

케냐에서 온 친구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실로 사랑스러운 일요일 오후(lovely afternoon)였다.


동네에서 매년 열리는 큰 축제에 잠시 들러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생기를 채우고는

소리 없이 햇살만 내리쬐는 카페로 들어갔다.


우리는 잠시 담소를 나눈 뒤 각자의 일에 몰두했고

그러던 중 노래를 듣게 되었다.


집에 가서 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에 서둘러 제목을 검색하려 손을 높게 뻗어 휴대폰을 들었지만,

이내 노래는 금세 끝이 나버렸고

나는 머릿속에 남은 멜로디를 잊지 않으려 끊임없이 흥얼 대며

음원 차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질긴 추적 끝에, 나온 지 꽤 됐지만 여전히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던 이 노래를 찾아냈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OST로 수록된 곡이었는데,

채널을 돌리다 잠시 지나친 적은 있어도 제대로 본 적은 없기에 이런 노래가 있는지도 몰랐다.


곡을 찾아 전체적으로 들어보며 비교해본 뒤,

내가 찾던 노래임을 확인하고는 재생 목록 제일 처음으로 끌어올려두었다.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가사를 주의 깊게 듣기 어렵기 때문에

원하는 멜로디의 곡이 나오면 꼭 기억해뒀다가

따로 혼자 가사를 곱씹어야 한다.


친구와 헤어져 집에 갈 때 늘 그렇듯이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집 쪽으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걸으며 가사를 곱씹기 시작했다.


어렵고 고된 결혼 대신 혼자를 택한 사람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랑을 하고 예쁜 방을 만들어 좋은 집을 갖는 것보다

혼자 편한 옷을 입고 남산에 가거나 한강을 걷고 독한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 모든 과정에 지쳐

결국은 그저 TV나 보는 중.


사랑, 그 너머에 대하여.

사랑이라는 나쁜 얼굴에 값진 단어를 고르는 것.


결혼에 대한 고찰.


연애와 사랑으로 하여금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사회 인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사치라고 치부되는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그 당연하고도 어려운 일들.


현실적인 문제를 단순한 표현과 좋은 멜로디로 잘 풀어냈다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들어보지 못했던 소재로 만들어진 가사 탓인지

자꾸만 맴돌아 몇 번이고 반복해 듣게 되는 것이었다.


흔히들 '결혼'에 대한 곡이라 하면

청혼하기 좋은 곡, 축가로 부르기 좋은 곡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노래는 결혼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기에

전혀 색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사랑, 그 너머가 결혼일까,

사랑 이상의 것이 반드시 결혼이어야 하는 걸까,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였다.


나는 본래 한 가지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한다.

음식, 영화, 노래...


최근에는 뜨겁게 데운 햇반에 볶음 고추장을 비벼 김에 싸 먹는 식단에 푹 빠져

며칠 내내 그것만 먹곤 했다.

(심지어 튜브형인 볶음 고추장과 일회용 밥인 햇반은 휴대할 수 있었고, 일하다 점심에 먹기 위해 가지고 다니기도 했더랬다.)


노래 또한 그렇다.

어릴 때에는 '일지매'라는 드라마에 한창 꽂혀 OST인 '박효신'의 <화신>을 줄곧 들은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몸서리쳤던 기억이 난다.


이 곡은 들을 때마다 내게 뭔가를 쓰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무언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결국 그 부추김에 못 이겨 한 곡 반복으로 같은 노래를 연신 들으며 글을 썼다.


이번에도 이 노래를 질릴 때까지 듣겠지.

결혼에 대해 고찰 하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