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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ric Sep 13. 2019

여름의 끝자락에서 찰나의 감정을 보관하는 중입니다.

추석 건강하게 보내세요 :-)


많은 다른 현대인들처럼 나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화병’과 함께 공생하고 있어서인지

더운 여름이면 불 같은 성격이 더 활활 타올랐다.

그 탓에 감성이고 뭐고 무언가 말랑말랑한 것들은

바싹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고

그늘 밑으로 들어가거나 해가 산 너머로 들어간 이후엔

열기가 좀 누그러드는 계절이 오면

척박한 감정의 땅은 다시금 말랑말랑해지고

촉촉해지는 것이었다.


날씨나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여름이면 화가 늘고 겨울이면 우울감이 끌어내려

내가 가장 아끼는 계절은 봄가을뿐이었고

그나마도 4계절 중 가장 짧아 늘 아쉽기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추석이다.

나의 엄마의 엄마에게 찾아가는 차 뒷좌석에서

옛날에 자주 즐겨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가는 시간은

내가 아끼는 순간들 중 하나이다.

해가 넘어간 탓에 차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딱 맞게 몸을 감싼다.


3년 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그때 듣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가고 있자니

뾰족했던 감정이 잠시 둥글둥글해지는 것만 같다.


혼자만의 세상을 잠깐 그려가며

혼자만의 공상을 잠깐 펼쳐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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