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re I get the harder it's to change
어제 드디어 자소서를 제출했다.
살면서 자소서를 써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유독 힘이 더 들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인생을 너무 쉽게만 살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남들 흔히 쓰는 자소서 한 번 안 써보고, 자소서에 넣을 경력 하나 안 쌓아보고, 자격증 하나 안 따보고 평생을 쉽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찜찜한 여운은 짙게 남았고 오늘까지도 잘 떨쳐지지 않아 내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가.
무언가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몇이나 있었던가.
인생을 너무 가벼이 보고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곤두박질치는 줄도 모르고 평안하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무슨 자신감으로 나는 이토록 안일하게 살았을까.
더 많이 가질수록 변화하기 더 어렵다.
소유의 차원에서 물건이나 실재하는 것을 많이 가질수록 변화를 꾀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가진 물건이 많으면 거주지를 옮기는 것도 큰 문제가 될 것이고, 가진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변화를 감수해야 할 때 가진 것들을 생각하며 선뜻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소유하고 누렸던 것들이 기어이 이후에는 내 발목을 잡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진 것을 손에 부여잡고 떠나가는 기회를 멍청하게 쳐다보며 울부짖겠지.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겠다.
뭔가를 자꾸 사고, 모으고,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들을 지양해야지.
하나씩 버리고, 비우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언제든 변화할 수 있게, 언제든 살던 곳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려면 가진 것을 하나씩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더 이상 인생의 내리막길을 곤두박질치듯 두 손 놓고 입 벌린 채 방치하지 말아야지.
나 자신을 방목하지 말아야지.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자해를 멈춰야지.
나를 더 돌봐야지.
아픈 구석이 있으면 제때 병원에 들러 치료해줘야지.
더이상 나를 외면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