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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ric Jul 08. 2024

내 삶의 시작과 끝을 통제할 권리

<리틀라이프 1> - 한야 야나기하라

어릴 때부터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엄마 덕분일까.

독서에 대한 거부감이 그다지 없었다.

어릴 때는 독서에 큰 흥미가 없었지만 세월이 점점 흐르면서 알아서 책을 찾게 되었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뒤로는 마음이 불안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책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원래는 종이책에 집착하다가 이북의 매력에 빠진 뒤로는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마다 큰 고민 없이 이북을 구매하곤 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가면서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생각을 하고 노래와 함께 하는 독서 시간이 그날의 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온몸 가득 행복이 느껴지곤 했다.

6분만 독서를 해도 스트레스가 확 준다고 한다.

작은 자극에도 극도로 예민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개복치 같은 나는 나만의 해소 방법을 찾은 듯하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이 모든 루틴을 다 끝내면 침대에 누워 노래를 틀어두고 벽에 다리를 올려둔 채 이북을 켠다.

모든 행위가 나를 속부터 꽉꽉 채워주는 느낌이고 현실이 괴로울 때마다 도피할 수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산 지 좀 된 이북이 하나 있었다.

다들 울면서 본다는 영상을 보고 고민 없이 구매했는데, 초반에는 엄청 고생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무슨 글인지, 무슨 말인지, 윌럼이 누구고 주드가 누군지,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가 이해가 안 가고.

중후반부로 돌입하자 헤밍웨이의 책처럼 몰입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뭐든 첫 시작이 어려운 법인 가보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과 안면을 좀 트니 낫더라.


산지 좀 됐는데 오늘에서야 겨우 1권을 완독했다.

500페이지 분량이라 속도가 더디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동안 하이라이트 친 것들을 기록해두고 공유하고 싶다.

중후반부에 몰입도가 높아진 만큼 중후반부 하이라이트가 많다.

그래서 순서는 역순으로.

형광펜을 칠해둔 부분은 특히나 마음에 와닿았던 대목이다.

내 인생을 내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포기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닫고 언제든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는 걸 알면 마음이 의외로 편해진다.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계속해서 압박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나의 인생을 내가 끝낼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게 주는, 나에게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주는 편안함과 위안이란, 생각보다 꽤 크다.


내내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하늘은 계속 흐리멍덩하다.

돌아오는 주 내내 계속 이런 날씨일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오래 가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문제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머릿속에도 여유 공간이 생기면 반드시 그동안 바쁘게 구느라 무시하고 제쳐놨던 기억들이, 문제들이 슬금슬금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학대하듯 몸을 굴리고 공부를 하고 노래를 듣고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애를 써봐도 쉽지가 않다.


쓰지도 않는 인덕션을 괜스레 매일 물티슈로 닦아 물자 국이 생기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던 잔소리가 생각나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게 잘 안되고,

아무튼 간에 자꾸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런 불안감들이 잠식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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