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찍지 못해 내지도 못합니다.
누군가 내게 종교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불자라고 대답하곤 한다.
여기서 진정한 불자냐고 묻는다면, 아.. 그게요. 부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고 이해하시니까..
그리고 부다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럴 걸요...?
내가 왜 불자가 되었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나의 조부모님 두 분은 모두 불자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현재 법당에서 잘 모시고 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스님들이 또 제사계의 진정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공양도 더 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나 또한 동의하는 바이다. 그렇게 불자가 된 것은 아니고...
이 건 내가 작가가 되기까지 이리 오래 걸릴 것이라 믿을 수 없었던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에 나는 나의 안일한 삶과 욕망에 비해 분주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하나, 간절한 작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는 공모전에 열심히 내기라도 했다.) 브런치에 몇 개의 글을 끄적인 후, 출간 제의를 받았었고...(네, 의지박약... 그런 제의를 받으면 열심히 글을 썼어야 했는데) 그 제의가 무산되고 나서는 영... 흥미를 잃었었다. 과거의 나 자신은 언제나처럼 공모전에 글을 써대고 있었다. 그리고선 아 올해도 안 되면 끝이다. 이제 진짜 취직한다 등등과 같은 하지도 않을 계획을 세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의 호출로 본가에 갔었고, 도저히 중년의 체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진두지휘아래, 불자들의 성지 같은 섬으로 향했다. 엄마와 아빠는 분명 내게 가벼운 산보라고 했으나, 바위를 탔어야 했다. 대체 중년의 체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의문이 들 무렵 불상이 계신 산 정상에 도착했다. 엄마가 내게 말했다.
“뭐든 원하는 걸 간절히 빌어봐.”
간절히? 뭘 바란다고 될까? 글쎄,,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두 번 반, 절을 올리는 동안, 어쩐지 내 마음이 다져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그 섬에 있는 모든 동상에 절을 올렸다. 그리고 나의 지갑에 있던 현금도 탈탈 털었다. 부처님 보이시나요? 이 거지 한 몸을 바쳐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네? 제가 세속적이라고요?? 어쩌겠습니까. 제가 미천한 중생인 것을... 미천한 중생인 나의 문제는 배포가 작다는 것이다.
제발... 공모전에서 제게 전화가 오게 해 주세요
모든 불상을 향해 간절함을 올리고 난 후에야 수상함을 느꼈다. 아니, 건강한 중년의 두 남녀는 그렇다 쳐도 노년의 선생님들도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네? 이 사람들도 다 산을 타고 왔다구요? 아니 이렇게 간절히 바라면 모든 것을 이뤄주는 곳인가? 영험함에 감탄을 보내는 내 앞으로 버스가 한대 슝 지나갔다? 나는 엄마와 아빠를 바라봤고, 두 사람은 내 눈을 피했다. 산을 타지 않아도 정상까지.. 하... 엄마왈, 직접 두 다리로 걸어와야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겠냐고.. 참나.
아무쪼록 자기 고백적 예시의 힘을 믿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아빠는 이제 취직을 하지 않아야겠냐고 물었고, 엄마는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냐며 아빠를 다그쳤다. 그렇게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다 차는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두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시피 공항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내게 걸려온 모르는 번호.
평소라면, 절대 받지 않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혹시 000을 쓰신 작가님 이신가요?”
공모전의 합격자 발표는 이미 끝났다. 이거 뭐야. 진짜야? 이 정도면 불교와 저 운명 아닌가요? 진짜로 공모전에서 전화가 왔다...(이래서 소원은 구체적으로 빌어야 합니다)
설마.. 공모전을 이용한 사기전화 인가? 보이스피싱이 이렇게나 발전했다고.. 속마음은 두개였다. 하나, 저 거진 데요. 제 통장을 털어낼 것도 없는데요?라는 마음과 약간의 두근 거림. 담당자는 내게 영상 매체 회사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했다. 그렇다. 또 이렇게 끈기라곤 존재하지 않는 인간은 급하게 회전을 건다. 덕분에 나는 작은 드라마 회사에서 보조작가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건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기도의 영험함을 느낀 나로서는 불자가 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마침내 올해, 나는 또 기도를 올렸다. 심지어 우리 가족 모두 나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심지어 엄마는 자기는 소원이 없다며 우리에게 정상까지만 올라가라고 했다.
“엄마! 날 위해 소원을 빌어달라고! 아니.. 엄마 나를 버리는 거야?”
엄마의 단호한 거절로 인해 아빠와 언니를 데리고서 정상으로 향했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서.. 이번만큼은 데뷔를 하고야 말겠다고.
기도를 올리고 내려온 내게 엄마가 귓속말을 올렸다.
“엄마가 아빠 몰래 보시를 많이 넣었다”
엄마, 역시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구나. 특히나 이곳은 엄마와 언니의 소원을 모두 들어준 곳이 아니었던가! 엄마의 사랑과 나의 간절함 그리고 아빠까지 대신 빌어준 나의 소원을 가지고 나는 올해 데뷔를 했는가? 그럴 리가.. 그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리가 없지.
예...엔딩을 봐야 공모전에 글을 넣죠. 안 그렇겠어요?
부처님은 아주아주 간절히 나의 성공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린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여.. 미련한 중생아 얼른얼른 글을 쓰거라.. 그래요. 글을 써야 당선이 되죠. 다시금 말하지만 내겐 불치병이 있고, 나는 이 불치병을 너무도 극복하고 싶다. 글을 써야... 당선이 되지 않겠어요? 로또를 사지 않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것과 같이. 반드시 올해 안에는 완성작을 내야 하지 않을까? 부처님이 나의 소원을 까먹기 전에 말이다.
그리니 이번만큼은 제발.. 제발.. 엔딩을 보고야 말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