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일까?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인사노무 노트 #4

by noxious

'근로자'라고 하면 회사에 고용되어 다달이 월급을 받는 회사원의 모습을 일반적으로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주변을 잘 둘러보면 근로관계와 매우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형태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매달 들르는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님이나 자주 가려고 노력하는(?) 헬스장의 트레이너님을 떠올려 봅시다. 흔히 헤어디자이너님(혹은 트레이너님)이 그 미용실(혹은 그 헬스장)의 사장 내지 대표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프리랜서와 비슷한 형태로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거나 일부 업무만을 도급 내지 위탁받아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거나 혹은 독립된 개인사업자로서 같은 미용실 내에서 공간만을 공유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 헤어디자이너님은 근로자가 아닌 걸까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정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걸까요?


실제로는 사실상 어느 미용실의 근로자로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계약 등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밀린 월급이나 퇴직금조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앞서 헤어디자이너와 트레이너만을 예시로 들었지만, PD, 촬영감독, 영화제작 STAFF, 학원강사, 플랫폼 배달기사와 운전기사 등등이 단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근로자성의 문제를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지 문단을 바꿔서 조금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합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른바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하여 우리 법원의 확립된 태도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판례는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징표 가운데 일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서 곧바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 징표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위 ①의 취업규칙 등의 적용 여부나 ⑥, ⑧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조금 많이 어렵고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설명하면 어떠한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실제로 사용자에게 명령을 받고 일했다면 근로자가 맞다는 것입니다.


사실 헤어디자이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직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미용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형태를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헤어디자이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독자적으로 시술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객과 1:1로 관계를 맺고 소통합니다. 개개의 헤어디자이너가 대부분 자기 고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 사장이나 다른 헤어디자이너가 개입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즉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동안 함께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헤어디자이너가 일하는 Seat마다 서로 다른 비즈니스라고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정액의 급여 내지 대가를 받기 보다는 성과급과 유사한 개념으로 매출 실적을 올린만큼 추가로 보너스 등을 받는 경우도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헤어디자이너의 경우 어떠한 요소가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습니다만, 중요해보이는 것들 몇가지를 우선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단 사장과 헤어디자이너 간에 체결한 계약이 있다면 그 내용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계약서의 내용을 모두 꼼꼼히 살피되, 급여 내지 대가가 어떠한 구조로 지급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한 영업적인 관점에서 동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합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 및 이익이 나지 않은 경우 손실까지도 나눠서 부담하는지 그 배분 구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아가 업역의 특성상 특별히 개별 시술 자체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지시나 명령이 있기 어려운만큼, 무엇보다 출퇴근시간, 특히 연차 및 휴무 등에 관한 제한과 불이익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밖에 개인 고객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워크인 고객에 대해서는 어떻게 담당 헤어디자이너를 배정하였는지 등등 역시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며, 실제로 사장이나 상급 매니저 등이 헤어디자이너에게 지시나 명령을 한 메시지 등이 있다면 해당 자료를 꼭 확보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제반 사정을 모두 따져보아 어느 헤어디자이너가 실제로 미용실의 사장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해당 헤어디자이너는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미지급된 대가는 모두 임금체불에 해당할 것이며 당연히 퇴직금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헤어디자이너나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으며 실제로 심지어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의 판단과 일선 고용노동청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뒤집히는 경우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안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임금 기타 퇴직금을 지급받기 위하여는 (1) 해당 업역의 특수성을 분석하여 반영한 법리적인 접근, (2)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3) 그리고 전체 그림과 사안의 부당성에 관한 명료한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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