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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Oct 20. 2021

흙수저 공무원 부부의 상가주택 건축기9

집에 대한 나의 주도권, 그리고 책임의 관계

그다음 날 이모는  계좌로 1억을 송금해주었다.  생애 처음으로  통장에 억 단위의 금액이 입금되었다. 그렇게 많은 0 처음 봐서 알면서도 끝에서부터 0 세어본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억이라니....... 부디 이런 단위가 통장에 찍히는 날이  생애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 일단 1억이 입금되었으니 지금 현재 아파트에 남아있는 대출금과 땅을   대출금  잔금을 인출한 마이너스 통장을 갚고 나니 통장은 금방 다시 텅장이 되었다. 제로 베이스. 어쨌든 이모에게 빌린 1억이지만 아파트 대출금과 마이너스 통장을 갚고 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다시 0으로 시작하지만 이제 집만 팔리면 그래도 초기자본이 생기니 이제 본격적인 집짓기를 시작할  있으리라는 핑크빛 미래를 그리며  청소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9 1월은 겨울이어서 인지 부동산 비수기여서인지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조금 되기도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게 전혀 없는데 걱정을 하면 뭐하겠냐는 낙관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사경진단을 받은 둘째를 데리고 일주일에     병원에 재활치료를 다니고 이유식을 만들고, 이제  5살이  아기티를  벗은 첫째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실제로  땅의 존재를 잊은 적도 많았다.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던 시기였기에 걱정보다는 매일 매일을 아등바등하며 살아내느라 바빴다. 그러다 잊고 있던 ‘  생각나면 둘째를 뒷자리 카시트에 태우고 상가주택이나 전원주택 단지가 있는 동네를 돌면서  지어진 집들의 사진을 찍어놓기도 하고 도로명 주소를 적어놓았다가 건축물대장을 열람해서 설계자나 시공사를 확인해보았다. 건축물대장은 지번만 알면 누구든 열람할  있는 자료였기 때문에 실제로 지어진 건물들을 보고   정보를 확인하기에 좋은 자료였지만 결국  자료는 실제로 집을 짓기 시작한 과정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결국 내가  지어진 건축물이나 집들을 본들 겉모습에만 혹할 뿐이지 실내며, 실제 구조나 실제로 정말로 하자 없이  지어졌는지를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겉모습에 혹한 정보들이었기 때문이다.


 

시공사, 설계사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자료를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싶었지만 많고 많은 시공사와 설계사를 실제로 컨택하고 검증할 방법도 없었다. 그냥 맨땅에 해딩이었다. 그렇게 세 달은 눈 깜짝 할 사이에 금방 지나갔다. 가끔 집을 보러 오기도 또 상가주택이 많은 골목들을 오래 돌아보기도, 핸드폰에 건축 관련 사진이나 자료들을 모아두기도 하면서 시간은 자꾸 자꾸 흘러만 가고 있었다. 넘쳐나는 자료들에서 이제는 진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을 지나고 있었다.

 

어머님은 나를 만날때마다 집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려보고 생각해 보라고 하셨지만 그 당시 나는 그말이 엄청 스트레스였다. 집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할 물리적 시간도, 정서적 여유도 전혀 없었을뿐더러 비 전문가인 내가, 집에 구조에 대한 기초 지식도 전혀 없는 내가 뭘 어떻게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했던 생각은 남들과 비슷한 주택을 짓고 싶지 않다는 것과 내가 원하는 집의 느낌과 집에 필요한 사항들을 반영하여 설계해 줄 것 센스있는 전문가와 집짓기를 진행해 나가고 싶다는 어떤 나의 향후 나름의 계획에 대한 것들이었다.

 

나는 예쁘다, 안예쁘다를 나름의 판단을 할 수 는 있지만 예쁘고 실용적인 구조를 다양하게 접해 본 적도, 거기에 대한 지식도 없었기에 모든 것은 전문가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전문가를 찾는다는 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창출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다는 건...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결론은 역시 돈이다. 우린 돈이 없어서 어려웠지만 돈이 많은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소시민인 내 주위사람들 대부분 역시 많은 부분에 있어 돈이 문제다. 땅을 사기전에 우리 부부는 돈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소위 공무원 철밥통이라는 말처럼 정년이 보장된 직장에 다녀서 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4년이 넘게 휴직을 하고 남편 혼자 돈을 벌어 대출을 낀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가 가진 만큼 누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또 그 행복을 누렸다. 그런데 그 행복을 더 풍부하게 누리고 싶어 땅을 샀는데 땅을 사고 나니 나는 ‘돈이 없다’는 현재 우리의 상황에 자주 우울하고 슬퍼졌다.

 

사실은 아버님이 건설현장관련 일을 하고 계셨고 아버님집 또한 아버님 지인을 통해 설계를 하고 건설업을 하는 먼 친척과 함께 집을 지으셨다. 그 집이 어떠하다라고 판단하긴 그렇지만 그 집은 아버님 어머님 스타일의 집이었다. 아버님이 기초 공사를 하셨고, 큰 자재는 아버님이 직접 사오셔서 집을 지으셨으니 그 집의 7할 이상은 아버님이 진행하셨다. 아버님이 직접 공사를 하신 것은 아니지만 중간역할을 거의 다 하셨다. 아마 인건비와 자재비 등에서 많이 절약하셨겠지만 그만큼 신경도 많이 쓰시느라 집을 짓는 동안 고생이 많으셨다. 거기다 어머님이 거의 매일 공사현장에 가셔서 사소한 것까지 챙기셨고 그 집은 그야말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아버님, 어머님도 집을 지을 당시 상황이 넉넉하지는 않아서 발품을 많이 파셨고 자재비를 아끼려고 직접 자재를 사러 다니시며 부단히 애쓰셨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아버님, 어머님은 집에 많은 공을 들이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느 집들과 비슷한 모양새의 특별히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은 평범한 집을 지으셨다. 역시 돈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아버님, 어머님집에 빠져있는건 전문성이었다. 집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 집 구조에 대한 전문성 말이다. 나는 처음 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나의 집에 전문성을 가미하고 싶었다. 어머님은 우리가 건축에 대해 문외한임을 너무 잘 아셨으므로 아버님, 어머님께 건축관련 문제를 맡기시기를 은근히 바라셨고 표현도 하셨다. 그래야지 자재비나 마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짓게 될 집에 나의 의사와 나의 판단, 나의 결정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싶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아버님께 집 짓는 것을 위임 했다가 아버님 집과 비슷한(아버님집을 비하하는건 아니다. 그저 아버님집은 나의 스타일이 아닐 뿐이다) 또는 여느 다른 비슷한 집들처럼 우리집이 지어지고, 또 그 상황을 통해 누군가를 원망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시어머님과 신랑의 은근한 압박에도 모른 척 나 혼자 건축사를 알아보고, 인터넷을 통해(당시 알아볼수 있는 수단은 그것 뿐이었다. 우리에겐 건축관련 일을 하는 지인도 없었기에) 알아 본 시공사 또는 업체들과 통화를 하고 이메일 견적을 받으며 나름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 과정에서 돈의 위력에 좌절하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며 나를 다져갔다.

 

아버님 외에도 돈을 빌려주신 이모부는 이모부의 친구가 인근 지역에서 건축사사무실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하셨다. 이모부 또한 우리가 건축에 관한 문외한임을 알고계셨기에 우리가 혹시나 사기꾼같은 건축가나 시공업체를 만나 된통 당하는건 아닌지 걱정하셨을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이모부 지인을 소개해주고 싶으셨을 것이고 나는 그 마음 또한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이모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모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것 또한 죄송하고 무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님의 은근한 압박을 모른척 했던 이유처럼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나의 의견이 반영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고 싶었기에 이모부의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시작하고 내가 벌인 일이었기에 이 일에 있어서 만큼은 끝까지 내가 주도권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나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건 또 그만큼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르는 건지 나는 건축 과정을 거치고 여전히 하자 보수과정을 마치지 않은 지금까지도 나의 주도권과 책임의 관계에 대해 절실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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