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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Nov 03. 2021

흙수저 공무원 부부의 상가주택건축기10

집을 짓기위한 나의 영순위 기준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나와 신랑은 건축에 기억도 모르는 채로 평생을 살아왔다. 건축을 알아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런 우리가 집을 지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말 몰랐기에 나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부를 맡아서 해준다는 업체 여러 곳의 리스트를 뽑았다. 대구, 경북 지역 내 업체 중에서 시공 포트폴리오 같은 것들이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있는 업체들로 나름 선정했다. 총 7개 정도의 리스트를 뽑았는데 3곳까지 전화를 하고 난 뒤 나는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내가 통화를 한 몇 군데의 업체 측에 45평정도의 2층 상가주택을 짓고 싶은데 대략의 견적이 궁금하다고 하니 아무렇지 않게 5~6억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자세한 견적을 위해서는 상담이 필요하니 사무실로 방문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대략이 5~6억이라니... 그건 도대체 무슨 기준일까. 망했다 싶었다. 집을 시세대로 팔아도 겨우 7천만원이 남는데 5억이라니. 우리는 이 집을 끝까지 지을 수 있을까. 나는 절망하며 우울해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며 다시 희망을 내 보았다가 혼자 매일 난리 부르스를 췄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나의 업체를 통해 진행하는건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럼 결국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했다.(사실 이 모든 결론은 그저 주관적이고 온라인의 정보들은 너무 무분별하므로 발품이라도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혼자 차를 몰고 상가주택 탐방을 다니던 나날을 보냈다. 상가주택 탐방을 위해 집을 나선 어느 날, 깊은 골목 어귀에서 만난 3층짜리 상가주택은 집의 크기도 외관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벨을 눌러 그 집 내부는 어떤지 구경하고 싶을 정도 였다. 어떤 건축가가 이 건물을 건축했을지 궁금해져 인터넷에서 건축물대장을 열람해서 건축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건축사 사무실이 있었다. 이제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눈으로만 관찰하던 과정을 지나 부딪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사경 물리치료과정을 끝낸 둘째는 많이 좋아져서 얼마 전부터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둘 다 어린이집을 다니니 나한테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건축사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80평대지에 상가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니 다음날 몇 시에 사무실로 방문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건축가의 역량이나 능력에 따라 설계비는 천차만별이라는 어느 책에서 본 정보 외에 다른 정보는 없이 설계비는 얼마일까 짐작도 하지 못하고 나는 건축사와 미팅 시간을 잡았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을 정리해놓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기도 무겁기도했다. 건축, 설계와 관련된 나의 무지함에대한 불안함과 이제 진짜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을 디딘 설레임 어떤 두개의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건축사 사무실은 내가 자주 지나다니는 대로변 큰 길가에 있었다. 관심없이 지나다니던 곳이었고 건축과 무관한 삶을 살던 내가 갑자기 건축사 사무실에 상담을 하러가다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쭈뼛쭈뼛 들어선 건축사 사무실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남성이 나를 맞아 주었다. 차를 권하셨지만 조금 전에 마시고 왔다고 사양했다. 어디초등학교 근처에 80평 대지에 상가주택을 지으려고 한다고 이야기 하니 그 근처에 본인이 건축한 상가주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실은 그 상가주택이 내 마음에 쏙 든 상가주택이었다. 실은 나도 그 상가주택을 봤고 그 정도의 규모로 상가주택을 짓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본격적으로 설계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설계비용은 설계면적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정도 규모라면 대충 700~80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700~800백만원이 어디서 나온 금액인지 어떤 산정방식에 의한건지 전혀 알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잠깐의 대화에서 어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나의 성급한 판단이었을까. 상대는 당연히 돈을 벌기위해 하는 일이고 나는 집을 잘 짓고 싶어 상담을 요청했지만 나는 건축사와의 첫 만남에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간극을 느꼈다. 필요하면 시공사를 연결해 줄 수도 있다는 건축사의 이야기가 믿음직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날 건축사와의 만남에서 왠지 앞으로의 모든 만남들이 그러할 것 같다는 이상하게 찝찝한 예감이 들었다.

 

그 첫 번째 만남이 있고 난 뒤 어떠한 기준과 확신 없이 시간을 들여가며 만나는 것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의 바다 속에 살고 있으면서 정보의 고갈을 느끼는 건 정보의 바다 속 정보들이 허황되거나 과장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건축관련 정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들도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는데 여러 번 좌절하고 무기력해지곤 했다. 어쨌든 내가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건 온라인 상의 정보들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업체들과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나름대로 나만의 기준을 세워갔다. 80평 대지에 건폐율이 60%인 지역이라 최대 48평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으니 1층은 상가, 2층은 방3개의 주택을 짓는 것이 첫 번째 나의 기준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짧은 대화라도 ‘집’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업체 또는 건축가와 이 작업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 나의 두 번째 기준.

 

사실..... 이 기준 저 기준 다 들이대봐도 우리가 집을 짓기위한 첫 번째 기준은 돈이었다. 최소한의 비용. 그것이 나의 영순위 기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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