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허기진 마음

자기돌봄의 길로 들어선 어느 워킹맘의 이야기1

by 소나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 아늑하고 쾌적한 집, 육아와 집안일에 적극적인 세상 다정한 남편, 개구쟁이지만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운 아들 둘, 아이들 등하원을 도와주시는 시어머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반찬을 만들어주시는 친정엄마.


밖에서 보면 나는 부족한 게 없는, 아니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직장동료에 비하면 호강에 겨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워킹맘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가까이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남편도 집안일에 적극적이었다. 직장에서도 지금까지 나의 직장생활 중 가장 근무하기 좋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언제부턴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나는 행복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마음은 텅 빈 느낌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유리잔처럼 뭘 해도 충분하지 않는 허기진 마음이었다.


책을 읽고,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듣고, 틈틈이 여행을 가면 잠시 행복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때 그 순간 뿐, 지나고 나면 또다시 챗바퀴 같은 생활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사는 내가 있었다. 텅 빈 마음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내가 그 상황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계속 알아채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나를 찾는 글쓰기’수업 공지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마자 어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업 신청 메일을 보냈다. 매주 평일 밤 10시 줌수업 이었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지난 수업을 들은 수강생의 후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그 수업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그 수업을 듣기만 하면 나를 찾아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회당 2-3시간에 달하는 5회기에 걸친 줌수업과 매주 제출해야 하는 글쓰기 과제,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마무리하는 파이널 에세이까지. 수업 자체는 매우 좋았다. 내가 그 과정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를 알알이 파헤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이었고, 또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모습은 내가 잘 보이지 않기에 사실은 지구 위에 있는 작가님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회차 글쓰기 수업을 앞두고 파이널 에세이를 쓰기 전 사전 작업을 하는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나는 이런 글을 적었다.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결국 내 감정은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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