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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ug 01. 2022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허기진 마음

자기돌봄의 길로 들어선 어느 워킹맘의 이야기1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 아늑하고 쾌적한 , 육아와 집안일에 적극적인 세상 다정한 남편, 개구쟁이지만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운 아들 , 아이들 등하원을 도와주시는 시어머님, 일주일에  번은  반찬을 만들어주시는 친정엄마.


밖에서 보면 나는 부족한 게 없는, 아니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직장동료에 비하면 호강에 겨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워킹맘이었다. 양가 부모님이 가까이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남편도 집안일에 적극적이었다. 직장에서도 지금까지 나의 직장생활 중 가장 근무하기 좋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언제부턴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나는 행복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마음은 텅 빈 느낌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유리잔처럼 뭘 해도 충분하지 않는 허기진 마음이었다.


책을 읽고,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듣고, 틈틈이 여행을 가면 잠시 행복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때 그 순간 뿐, 지나고 나면 또다시 챗바퀴 같은 생활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사는 내가 있었다. 텅 빈 마음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내가 그 상황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계속 알아채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나를 찾는 글쓰기’수업 공지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마자 어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업 신청 메일을 보냈다. 매주 평일 밤 10시 줌수업 이었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지난 수업을 들은 수강생의 후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그 수업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그 수업을 듣기만 하면 나를 찾아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회당 2-3시간에 달하는 5회기에 걸친 줌수업과 매주 제출해야 하는 글쓰기 과제,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마무리하는 파이널 에세이까지. 수업 자체는 매우 좋았다. 내가 그 과정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를 알알이 파헤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이었고, 또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모습은 내가 잘 보이지 않기에 사실은 지구 위에 있는 작가님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회차 글쓰기 수업을 앞두고 파이널 에세이를 쓰기 전 사전 작업을 하는 글의 마지막 문장으로 나는 이런 글을 적었다.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결국 내 감정은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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