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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ug 01. 2022

<공간살림>을 만나다

자기돌봄의 길로 들어선 어느 워킹맘의 이야기2

글쓰기 수업으로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정적으로 해소된 부분도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비슷한 지점에서 빙빙 돌고 있는 기분이었고 어떤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 의식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해야 하기도 했다.


 그런 날들을 보내다가 내가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난다 선생님의 줌인 요가 모집 신청글을 보게 된 것이다. 그즈음 목과 어깨가 너무 무겁기도 했고 운동은 하고 싶은데 운동을 할 시간이 없는 나에게 아이들을 재우고 밤 10시에 하는 요가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 전부터 아난다 선생님이 커뮤니티에 올리시는 글을 유심히 보고 있던 터였다.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풀어헤쳐진 채 수습하지 못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나는 더 불안하고 두려웠고, 이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는 어떤 것이 절실했다.


수업 신청서를 보내고 며칠 뒤 아난다 선생님께서 연락이 오셨다. 최소 인원 미달로 이번 달에는 줌인요가를 오픈하지 않는데 공간살림 프로그램은 오픈 예정이니 공간살림 프로그램에라도 참여하겠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정리를 해도 해도 끝도 없는 집안일에 지쳐 공간살림 프로그램도 관심을 가지며 보고 있었기에 공간살림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나는 36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공간살림’을 만나게 되었다.


공간살림은 마음의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 비움과 채움을 채워나갈 수 있게 의도적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었다. 4개의 비움과 기쁨을 찾으라고 하면 왠지 부담감이 올라오고 2개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데 3개 정도는 매일매일 비우고 기쁨을 찾을 수 있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우연 아니 운명적으로 시작한 공간살림에 나는 정성을 들였다. 사실은 내가 그 당시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매일 밤마다 내 일상에 중요한 의식을 치르듯 공간살림 포스팅을 했다.


아난다 선생님은 공간살림을 시작하며 몇 가지 질문을 하시고 나는 거기에 대해 답하는 2번의 사전 인터뷰를 거쳤는데 그때 내 안의 답답한 것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나는 그 당시 나의 상태를 조금 무기력하고 피곤한 상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글쓰기 수업 녹화본을 우연히 발견해서 재생해보고 내가 공간살림을 시작하기 즈음에 우울증 상태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우울증임을 부인할 수 없는 표정과 에너지의 기운이 화면 밖으로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첫 달 공간살림 중간에 아난다 선생님은 나에게 1회의 줌 요가 개인 세션을 제안해 주셨는데 선생님은 나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미 내가 우울증 상태라는 것을 파악하시고 그런 제안해 주셨다는 것을 나는 한참을 지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현재 상태를 스스로가 인지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우리는 평소에 너무 자기 안에 매몰되어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https://m.blog.naver.com/myogi75/222836459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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