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쓸까?(2020.11.23.)
1. 나의 진짜 욕구와 욕망을 무시하고, 억누르며 서른다섯 해를 살았다.
2. 가난한 집 둘째 딸, 두 아이의 엄마, 살가운 아내, 똑부러지는 며느리, 제도와 틀에 갇힌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틈틈이 읽었던 책들은 어느 날부터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3. 그래서 진짜 너는 누구냐고.
4.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5. 정말 내가 누군지 몰라서, 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정말로 몰라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6.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던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7. 뱉으면 공중에 흩어지는 말로써는 얽혀있는 내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가 없었다.
8. 이제는 수식어가 딸린 가면 속의 나는 던져버리고 진짜 나를 만나고 싶었다.
9.‘쓰고 싶다’는 어휘만 내 머릿속을 맴돌 뿐 ‘씀’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10.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