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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Jul 17. 2021

흙수저 공무원 부부의 상가주택 건축기4

- 2억과 2억4천5백만원의 차이

내가 땅을 보러 다녀온 후로 공인중개사 아저씨는 여러 번 나에게 전화를 했다.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땅에 대해 보인 호감을 눈치채서인지 나에게 최저금리에 최대로 대출해 주는 은행을 소개해 준다며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 보라며 지금 이 땅이 급매로 나와서 이 가격이지 언제 또 오를지, 언제 갑자기 팔릴지 모른다며 여러 번 뽐뿌질을 했고 부동산 아저씨 전화가 올 때마다 지금 당장 은행에 상담을 받으러 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렸었다. 이제 그런 전화를 받고 싶지도 더 이상 그 땅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았다. 땅을 사겠다는 결심을 하는 추진력만큼이나 그 땅을 포기하는 마음의 정리도 빨랐다. 정말로 나는 양은냄비처럼 활활 타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렸다. 어머님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신랑과 그 땅을 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결론을 내린 후 부동산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저희 고민 많이 했는데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저희 경제 상황이 훨씬 더 어려운 편이라서요... 아쉽지만 저희 상황에서 그 땅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 정말 이제 그 땅에 대해 생각 없으니 이제 전화 안 하셔도 돼요”

그 전화를 끝으로 다시 마음이 가뿐해졌다. 그리고 그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상을 살아갔다. 다시금 불안감을 장착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우주 포텐터지는 에너지를 가진 우리둘째

그렇게 끝이 났더라면 우린 지금 거기서 계속 살고 있었을까? 우주 포텐 터지는 체력 끝판왕에 뛰기는 기본, 춤은 애교라는 필살기를 장착한 둘째는 우리 집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얼마나 많은 구박을 받았을까? 그렇게 다시 불안감 장착한 일상을 살아내며 수시로 부동산 사이트에서 아파트 1층 매물이나 전세를 알아보고 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우리가 그 땅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이주쯤 뒤였다.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던 8시 반쯤 전화벨이 울렸다. 공인중개사 아저씨였다. 갑자기 이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싶어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공인중개사 아저씨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긴박했다.


“사모님, 그때 그 땅 지금 땅주인이 돈이 급하게 필요해서 평당 250만 원으로 가격을 내렸어요. 그 땅 바로 아래 땅이 350만 원에 거래됐는데 그 땅이 250만 원이면 정말 좋은 가격이에요. 안 그래도 다운되자마자 한 손님이 땅을 보고 갔는데 그분이 지금 관심 있어하셔서 혹시나 그분이랑 거래 성사되기 전에 사모님이 지난번에 워낙 마음에 들어 하셔서 미리 전화드려보는 거예요. 오늘 안으로 꼭 연락 안주시면 아마 다른 분이랑 곧 거래가 될 것 같으니 꼭 오늘 안으로 연락 주세요.”


그때 그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머님과 나눈 대화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지금 당장 계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억 2천4백만 원과 2억이 무슨 큰 차이라고 당장에 또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전화를 받고 눈에 보이는 게 없어졌다. 돈이 있든 없든 새로운 매수자에게 그 땅을 빼앗기기 전에 무조건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전화도 공인중개사 아저씨가 땅을 팔기위한 어떤 수작이 아니었을까 의심되어지지만 어쨌든 그때 나는 그 전화 한 통으로 혼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신랑에게 다시 통보 아닌 통보를 했다. 부동산 아저씨가 나한테 이야기한 것보다 더 부풀려 신랑한테 그 내용을 전달했다.


“자기, 지금 그 땅이 평당 250까지 가격을 다운됐대. 그래서 다른 매수자가 바로 나타났나봐.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매수자가 매수한대. 아무래도 그 땅 사야 될 것 같아.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사도 후회 안 사도 후회라면 저질러 보고 싶었다. 현실에 직면해 자취를 감췄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또다시 근거 없는 힘을 얻어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내가 부동산, 건축, 대출에 관하여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더라면 이런 결정을 이렇게 쉽게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부끄럽지만 나는 그 분야에 관한 한 무식했기에 용감했다.


오전을 초조한 마음으로 보내고 오후에 공인중개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 사이에 다른 매수자가 계약금을 입금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초조한 마음과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목소리가 조금 떨렸던 것 같다. “저희가 매매할게요. 계약금은 언제까지 보내드리면 되나요?” “사모님,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지금 결정 안 하셨으면 그 좋은 땅을 사지 못 하실뻔하셨어요. 그 가격에 그만한 땅은 어딜 가도 없습니다.” 공인중개사 아저씨는 나의 전화를 받고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나를 상대로 작전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진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이 정말로 좋은 땅일까. 사실 그 땅에 2층짜리 상가주택을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잘 모르겠다. 전자가 맞는지 후자가 맞는지. 뭐가 맞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그 당시 이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렇게 좋은 땅이면 자기가 사면되지 왜 굳이 우리한테 저러는 걸까. 다른 매수자가 대기 중이기 때문에 오늘 안으로 계약금을 보내야 된다는 공인중개사의 아저씨에 말에 그 땅에 대한 열정이 부풀었을 때 우린 미리 만들어놓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서 계약금 천만 원을 입금했다. 통장에 잔고가 이백만 원도 없는 상황에서 2억짜리 땅을 계약하다니.... 지금이라면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렇게 무모했기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제정신이 아니라서 미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약금을 입금하고 나서 그렇게 바라던, 꿈꾸던 땅을 사서 행복해졌냐. 그럴 리가 있을까. 팔릴지 안 팔리지도 모르고 대출까지 남아있는 20년이 넘는 아파트 하나 가지고 땅을 샀으니 이제 또 새로운 불안감은 우리를 엄습해왔다. 이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어쩌지. 집을 지을 동안은 어디서 살아야 할까. 목돈이 없으니 월세를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아이 둘을 데리고 원룸에 살 수 있을까. 끝도 없는 걱정이 뒤를 이었고 앞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천만 원을 입금한 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나를 말리지 못한 신랑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랑은 나를 비난하지도 우리의 상황을 비관하지도 않았다. 타고난 낙관성은 나보다 신랑이 훨씬 뛰어났다. 그리고 신랑은 낮에는 일을 하고 퇴근하면 육아에 지친 나를 다독이고 집안일을 돕느라 본인도 사실 고민하고 괴로워할 겨를이 없었다. 계약을 파기하고 천만 원을 날려버릴까 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은 나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나 스스로 만든 것이므로 결국 내가 극복하고 내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정이라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계약금을 입금하고 이상한 무력감으로 며칠을 보내고 나는 다시 나 스스로를 흔들어 깨웠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부동산에 최대한 많이 내놓기.

담보대출 은행 알아보기.

연금대출과 행정공제회 대출 알아보고 서류 준비하기.

건축과 집에 대한 자료 찾아서 모아놓기.


적어놓고 보니 정말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아니 지금 해야 할 일은 딱 하나였다. 본 계약 전 1억 9천만 원의 잔금을 마련하는 것. 잔금 마련을 위한 대출은행을 알아보고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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