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일동안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도록 기획된 책인 것 같은데 단번에 읽고 싶은 책이네요. 한 챕터 더 공유합니다.
요새‘자존감’ 이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서 자주 눈에 띈다. ‘자존감 수업’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자존감이라는 독’ 이런 식으로 ‘자존감’의 뿌리를 파고드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기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는 감정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일까.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일이 많아질수록 자존감은 ‘꼭 있어야 하는데, 아무나 가지기는 힘든’ 그런 진귀한 감정으로 이상화
된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
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애에 푹 빠진 나머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많다.
자존감은 확실히 과대평가된 가치다. 게다가 자존감이라는 감정의 뉘앙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 을
투명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를 실제보다 더 크고, 멋지게 생각하는 감정’ 에 가깝지 않은가. 자
자신을 크고, 대단하고, 빛나는 존재로 바라봐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건강한 감정일까.
우리가‘자존감’ 이나 ‘자기애’라는 감정의 커튼을 걷어내고 진정 ‘자기를 인식하는 순간’ 은 어떤 때
일까. ‘나는 더 강해야 한다, 나는 더 빛나야 한다, 나는 더 사랑받아야 한다’ 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
고자기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앤서니스토의 ‘고독의 위로’ 라는 책을 보니, 자급자족할 수 있는 (self-sufficient), 자기인식 (self-
knowledge), 자수성가한 (self-made), 이기주의자 (self-seeker),자기성찰 (self-examination), 자기중
심(selfhood), 이기주의 (self-interest), 자각적인(selfknowing), 자기기만 (self-deception) 등‘자기’
와관련된 단어들은 모두 17세기 말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자기’라는 단어를 통해 파생된
단어들을 다 모아놓고 보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자기 중심성이 느껴진다.
‘자아’ 에 관련된 단어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내 안의 외로움이 더욱 짙어진다. 어쩌면 인간이 타인
뿐 자기 자신조차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현대 사회희 본질이 아닐까. 군자나 대인 같은 이상적
인 인간형을 추구했던 동양철학과는 달리, 서양철학은 ‘개인’ 이나 ‘자아실현’ 같은 지극히 자기중심
적인 인간형을 양성하는 데 진력해왔다. 물론 이렇게 동서양의 철학을 단순화하기는 어렵지만, 만물
과의 조화를 꿈꾸는 물아일체의 세계관이 ‘개인’ 을 최우선에 놓는 자아중심적 세계관보다 훨씬 인
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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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가는 아주 섬세하게 ‘내가 기쁜 순간들’ 을 늘려 가는게 좋
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존감보다 더 좋은 단어를 발견했는데요.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추구한 “영혼의 독립성” 이라는 단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