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작년 회사 북클럽에서 읽은 책인데 두고 두고 참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첫 문단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문장 하나하나를 더 소중하게 다루고 쓰게 된 것 같아요.
애니 딜러드가 ‘작가살이’ 라는 저서에서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 딜러드의 동료 작가가 학생의 질문을 받는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반문한다.
“글쎄요, 문장을 좋아하시나요?”
학생은 이러한 반문에 놀란다.
그러나 딜러드는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 동료 작가가 학생에게 던진 질문은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 이라는 의미였다. 딜러드는 화가 친구와 비슷한 대화를 나눈 기억을 떠올린다. 친구에게 어쩌다 화가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물감 냄새가 참 좋아.” 딜러드가 전하는 사연에 숨어 있는 핵심- 딜러드의 말은 장황한 법이 없다- 은 위대한 소설 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걸릴 걸작을 거창하게 구상하는 것만이 작가나 화가로의 출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림이나 글의 도구에 대한 느낌이 그 시작이 된다. 그림의 도구는 물감, 글의 도구는 문장이다.
이제 내가 선택한 문장의 분류법을 소개하겠다. 내 주관에 따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아주 편파적인 분류법이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이 있고 형식을 갖춘 문장과 구어체 문장이 있고 형식을 갖춘 문장과 구어체 문장이 있으며, 기대를 충족시키는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 직진하는 문장이 있다. 놀라움을 안겨주는 문장이 있고, 수식어가 뒤쪽에 붙는 오른쪽 가지형 문장과 앞쪽에 붙는 왼쪽 가지형 문장이 있다. 안심시키는 문장이 있고 불안과 동요를 유발하는 문장이 있다. 고요하고 평온한 문장이 있고 수류탄처럼 폭발하는 문장도 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문장과 밀어내는 문장, 독자를 어루만지는 문장과 공격하는 문장이 있다. 기교를 은폐하는 문장이 있는 반면, 독자의 박수갈채를 애원하는 문장도 있다. 언어라는 자원은 유한하지만 이를 배열하여 이룰 수 있는 효과는 무한하며, 글쓰기 기술이란 글을 쓰는 여러분이 바라는 효과를 산출하게 될 형식이라는 자원을 발굴하는 일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말을 보자. 포에 따르면 글쓰기에 돌입하는 모든 작가의 머릿속 최전선에 자리 잡아야 하는 내용은 이렇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 (더 포괄적으로는) 영혼이 허락하는 수많은 효과나
인상 중에서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글쓰기의 철학 (1896)
요약하자면 발휘하고 싶은 효과를 고르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그것을 실행할 방법을 알아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