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의 원작 소설을 소개할까 합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인데 작년 최인아 책방 북클럽에서 보내준 책이라 읽게 되었어요. 그림 제목을 그대로 소설 제목으로 썼는데요 이 그림이 소설의 절정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림 하나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창의력이 놀라운 책입니다.작가가 열아홉 살 이후로 줄곧 침실 벽에 붙어있는 이 그림을 보고 왜 베르메르가 저 소녀 모델에게 저런 표정을 지으라고 했을까, 혹은 왜 저런 표정으로 그린 걸까 궁금해져서 바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소설은 실화는 아니에요. 실은 베르메르의 그림 속 인물들은 거의 신원 미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베르메르에 관해 알려진 건 너무 적다고 해요.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너무 사실적으로 모든 장면이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그리트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자 화가 베르메르씨네 집의 하녀로 가게 됩니다. 화실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게 되고 푸줏간과 생선 가게 심부름을 가게 되죠. 10 명이 함께 사는 저택에서 일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하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요.
셋째 날 아침, 카타리나가 회실 문을 열어줄 때 창문을 닦아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안 될 게 뭐야? 그런 사소한 일은 내게 일일이 물을 필요가 없어." 카타리나는 날카롭게 대꾸했다.
" 빛 때문이에요, 마님. 만일 창문을 닦게 되면 빛이 달라져 그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보실래요?" 나는 설명했다.
그리트에겐 섬세한 면이 있습니다. 그림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그림 역시 처음에는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사실 바뀐 부분을 찾아내기가 힘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의 목걸이에 다른 진주가 추가된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날에는 노란 커튼의 그림자가 더욱 커져 있었다. 여자의 오른손 손가락 몇 개가 움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림이란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의 색을 써서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를 가르쳤다.
그는 하얀 캔버스 위에 회색을 엷게 칠하는 것으로 빵집 딸의 그림을 시작했다. 다음에는 모델이 서 있을 자리며, 탁자와 물주전자, 창문, 지도가 있어야 할 모든 자리를 적갈색 점을 찍어 표시했다. 그 일이 끝난 후 나는 그가 자기가 본 그대로 그릴 거라고 생각했다...
"말해봐라, 그리트, 왜 탁자보를 이렇게 바꿨지?" 옛날 우리 집 부엌에서 야채에 관해 물을 때와 똑같은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말했다. "배경에는 뭔가 질서를 흩트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반 라위번 마님의 고요함과 대비될 수 있게요." 나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뭔가 눈을 간질이는 것 말이에요. 물론 눈을 즐겁게 해줘야 해요. 그러면서 간지럽게 하는 거요. 왜냐하면 천과 마님의 팔이 비슷한 자세로 있으니까요."
긴 침묵이 따랐다. 그는 탁자보를 보고 있었다.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나는 기다렸다.
"하녀한테 한 수 배울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걸." 마침내 그가 말했다.
카톨릭이건 개신교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림이 아니야. 문제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과 그들이 무엇을 보기를 기대하는가에 있지. 교회 안의 그림은 어두운 방안에 있는 촛불과 같은 거란다. 더 잘 보기 위해 쓰는 촛불 말이다. 그림 역시 우리와 하느님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거다. 개신교의 촛불이건 카톨릭의 촛불이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그림은 단지 촛불일 뿐이니까.
나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너무 이상해서 그림을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진주 귀고리가 필요하다는 건 즉시 알 수 있었다. 진주 귀고리가 없는 그림은 나의 눈과 입, 흰 슈미즈, 내 귀 뒤의 어두운 공간, 모든 것들을 따로따로 놀게 했다. 진주 귀고리는 이 모두를 함께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그림은 완성될 것이다.
그리트가 어떻게 진주 귀거리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사건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묘사되는 부분이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다양한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소녀의 성장기와 그림을 보는 방법에 관한 서정적인 묘사가 아름다운 책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책을 보게 되서 음미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