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은 모두가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이런 수요에 맞춰 일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하는 책들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무수히 많다. 프로그래밍이 뛰어난 사람도 부지기수이며, 회계나 재무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통계분석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건 기술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의미를 업무 기술이 있다는 말과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객에게 ' 이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라는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고객이 '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업무 능력이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때 이 기술을 넘어서는 개념이며, 이를 총칭해서 '감각' 이라고 부른다. 서점에 가보면 일하는 방법과 기술을 전수하는 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감각적으로 일하는 법을 정면으로 다룬 책은 별로 없다. 감각을 갈고 닦는 일이야말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참다운 묘미다. 너도 나도 업무 기술을 쌓는 데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통해 잘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업무 기술을 배우려고 너도나도 앞다투죠. 하지만 일의 기술을 쌓으려면 노력이 오히려 일에 한계를 초래하는 아이러니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무턱대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시사점이나 통찰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헛된 작업, 즉 '쓸모없는 일' 을 하고 있는 셈이죠.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잡아채는 영감입니다. 이게 바로 감각이고 직관이죠. 날카로운 직관력이 있다면 매우 간단한 분석 한 방으로 강렬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분석 자체는 업무 기술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기술만 가지고 쪼개기 시작하면 통합할 수가 없게 됩니다. 산의 한쪽에서만 터널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터널의 입구가 어디로 날지를 알 수 없습니다. 분석은 보텀업, 통합은 톱다운으로 하면 됩니다. 감각과 직관으로 통합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어떤 방법으로 나누면 마지막에 터널이 이어질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분석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통합의 이미지를 그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감각이 뭔지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시라쓰치 겐지 씨도 광고회사 덴쓰의 기획자였는데요, 덴쓰에 재직하던 당시 시라쓰치 겐지 씨에게 무척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유니클로 매장에 시찰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플리스 재킷이 유행하던 무렵의 평일 저녁 시간대였어요. 도쿄 시부야 서쪽의 매장이었는데 무척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가게 안이 매우 활기차고 북적거렸습니다.
구스노키 시내쪽 매장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굉장한데요. 유니클로 천하는 계속되겠군요' 하고 감탄하면서 밖으로 나오자 시라쓰치 씨가 이렇게 말하던군요. ' 이 브랜드는 앞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거예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뜻밖의 질문에 저는 "네? 손님이 저렇게나 많은데요? 모두 바구니에 상품을 가득 담고서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던데요?' 하고 되물었죠.
그러자 시라쓰치 씨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하나 물을게요. 이 브랜드의 남여 의류 매출 비율이 어떤지 알아요?" 저는 남성용이 약 80퍼센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러나 시라쓰치 씨는 '오늘 매장에 있던 손님들, 성별로 보면 어느 쪽이 많았지요?' 하고 다시 묻더군요. 장바구니 안의 상품까지 일일이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여성이 약 90퍼센트였어요. 한데 시라쓰치 씨가 '바구이네 담긴 내용물은 대부분 남성용이었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즉 매장을 방문한 고객 비율은 여성이 약 90퍼센트지만 매출 비율은 남성용 의류가 약80퍼센트를 차지했던 겁니다. 시라쓰치 씨가 다시 물었습니다.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땠나요?" 그러고 보니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던 게 생각났어요.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옷을 사려고 매장에 온 게 아닙니다. 패션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의류를 파는 게 아니라 옷을 사는 기쁨을 파는 것이죠. 그러므로 자신을 위한 옷을 사려고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 브랜드는 옷장이 가득 차면 거기서 끝이라는 겁니다. " 시라쓰치 씨는 제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감각이 중요하다는건데 그렇다면 감각을 연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감각을 연마하는 확실한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감각이 드러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고요. 따라서 감각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을 잘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가장 손쉽고 빠르게 감각을 익히는 방법입니다.
이때 그 사람의 '전부' 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의 감각은 단지 일하는 모습에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메모하는 방법, 대화 상대에게 질문하는 방식, 회의를 이끄는 법, 책상 배치나 식사 습관, 심지어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등 이 모든 행동과 생활에 감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감각있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으로 관찰할 수만 있다면 감각을 배우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이 책은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님이 직접 추천해주신 책인데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입니다. 무턱대고 기획, 데이터, 디지털 마케팅 기술만 연마하는 공부만 할게 아니라 감각을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