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연대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소설 책이다. 평론이 잘 되어 있어 간략하게 요약한다.
'붕대감기 ' 속 여성 인물들은 누구의 딸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와 겹쳐지고 이어지게 하면서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들의 이야기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에서는 남성 인물은 배제를 했다.
"이 책은 워킹맘 은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은정은 영화 홍보사 홍보마케팅 일을 하면서 워킹맘으로, 8개월 전 아들 서균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이 된 후 총체적인 삶의 위기를 겪는 인물이다. 은정은 직장생할 이외의 모든 관계를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것으로 배제해왔다. 흔히 워킹맘 문제는 대개 두 가지 경로를 거치면서 서사화된다고 한다. 하나는 전업주부와의 비교, 대조를 통해, 다른 하나는 '직장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의 연출을 통해. 이러한 흔한 이분법적 대립 구도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언제나 가사 노동과 육아와의 관계 속에서만 고민하게 할 뿐이라고 한다. 그와 달리 이 소설은 워킹맘이 직업적 커리어와 양육 모두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존재가 되는지에 특별히 주목한다.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가 간절했던 은정은 말 한 마디 섞어본 적 없는 단골 미용실 미용사인 지현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비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아들 서균의 안부를 처음으로 물어봐준 진경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더 이상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겉보이게 시간 낭비 처럼 보이는 여자들끼리의 수다 모임이 이렇듯 팍팍한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서로에게 소박한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는 것이다."
붕대감기는 여성들끼리의 화해와 연합이 아닌,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끝난다. 진경은 상상 속에서 세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참 이상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관계가 끝났을 텐데, 이상하게 세연이 너한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겠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세연도 진경에게 상상 속에서 말한다.
"나 역시 무섭고 외로워.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난 면허도 없고, 그러니 운전대를 잡을 일도 아마 없을 거야. 그건 우리보다 젋은 사람들이 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다.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건지, 응급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을 때 교대할 수가 있잖아.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어쩌면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평론가는 말한다. 상처받을 것이 두렵다고 해서 관계 맺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성들 간의 갈등과 대립,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열과 혼란 등을 다루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의 연대를 꿈꾼다.
예술과 문학을 통해서 더 많은 여성들이 교감하고 연대를 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정책들도 많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뮤리얼 루카이저, '케테 콜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