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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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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좋아하는 카피라이터 온라인 강의에서 추천 받은 책이다. 이 카피라이터 분은 소설 책에서 카피 문장의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래서 카피를 잘 쓰고 싶으면 소설 책의 문장을 꾸준히 수집하라는 팁을 줬다. 그 이후 한국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 문장 수집을 시작했다.


작가의 이 말이 심쿵했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는 계속 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만났다가 헤어지며 그리워도 하겠지만 끝내 서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 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차마 가져가지 못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정함을 주었던 사람이라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오롯한 빛이니까."

- 작가의 말 중에서-

빨리 빨리 증후군이 있는 시대에 아주 오랫동안 무엇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도 오래 생각하고 싶은 대상이 사람이라서 작가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총 19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이 되었다. 사랑,청춘,우정,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침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상한 김밥도 이야기의 소재로 만들 줄 아는 작가다. 몇 가지 메모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중에서


“나는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건이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연애에 동의했고 나는 귀가 솔깃했다.
“야, 근데 생각하면 한심하지. 내가 뭐라고 걔 인생을 그렇게 걱정해. 쓸모없고 안 돌아오지.”
“안 돌아오니까 좋지. 주는 족족 돌아오면 정 없잖아.”


「영건이가 온다」중에서


"한국에 돌아왔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몇몇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할아버지를 만날 틈을 내지 못했다. 전화를 걸어 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할아버지는 괜찮아, 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나는 하나도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자신 있게 늙고 있어. "

「춤을 추며 말없이」중에서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날카로운 인물군이 등장해서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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