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님과 문학 작품을 읽으며 하는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첫번째 책은 ‘책 읽어주는 남자’ 이다. 사랑하면 그 사람 죄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영화로 만나봤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고 읽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도 좋았지만 소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죄 자체를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죄이기에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내가 죄를 짓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 수가 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데 고통이나 죄는 나눌수록 고통스럽다. 이 책은 죄를 지은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용서가 안 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된다.
미하엘과 한나는 3번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미하엘이 15 세때 첫번째 만남이 이루어진다. 거리에서 미하엘이 아파했을 때 한나는 그를 도와준다. 처음엔 육체적인 사랑이었다. 그러나 점차 이 사랑은 변한다. 한나는 미하엘에게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물어본다. 미하엘은 문학 수업을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미하엘이 읽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한나는 사랑에 빠진다. 윤리적인 기준으로 보면 미성년자를 사랑하는건데 문학 작품이 파문을 일으킨다.
한나는 문맹인데 절대로 문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장에서 진급을 시켜주겠다 하자 도망친다. 그래서 이 소년은 너무 큰 상처를 받는다. 너무 트라우마가 커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번째 만남은 전쟁 범죄를 재판하는 자리에서 법대생이 된 미하엘은 한나를 피고인석에서 만난다.
한나처럼 평범한 사랑도 극악무도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 한나는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모른다. 학교를 다녔더라면 알 수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주어진 일을 복종하기만 했던 사람이다.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른다. 불이 난 건물에서 유태인 300명이 갇혀 있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7명의 재판을 받는 여자들이 한나가 다 지휘를 했다고 모의를 한다. 결정권자로서 서명을 해야 하는데 한나는 이름을 쓸 줄 모르지만 죄를 뒤집어 쓴다. 그래서 한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다른 사람들의 죄까지 대신 처벌 받게 된다. 역사도 국가도 희생양을 필요로 했다.
한 사람에게 독일 전체의 죄가 뒤집어 쓴다. 미하엘은 한나가 문맹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세번째 인연은 한나가 감옥에 있을 때였다. 한나는 감옥에서는 모범수로 있었다. 미하엘은 한나에게 낭독 테이프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준다. 그 낭독 테이프가 한나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한다. 문학 작품을 많이 듣는 것만으로도 사회화가 된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닫게 된다. 낭독 테이프가 구원의 동아줄이 되었다. 테이프를 들으면서 글쓰기 공부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하엘은 단 한번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문학 작품을 통해서 트라우마의 가장 깊은 곳까지 경험하게 된다.
그녀가 바랬던 사랑의 방식은 낭독이었다. 미하엘은 예전에는 한나를 여자로서만 사랑했는데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느끼게 된다. 낭독을 하면서 소년도 성장한다.
한나가 생애 처음으로 글을 쓴 사람은 미하엘이다. 낭독테이프를 보내기 시작한지 4년째 되넌 해였다. "꼬마야, 지난 번 이야기는 정말 멋졌어.고마워" 한나는 미하엘의 답장을 기다리지만 미하엘은 한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한나는 낭독을 들으면서 공감 능력이 생기면서 자신의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유태인 수용소에 대한 책도 읽게 된다. 나는 생계라고 생각했던 일이 그들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알게 된다.
한국에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법학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문유석 판사님이 생각이 난다. 이런 감수성을 갖고 타인에 대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의 필력보다 작가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나도 저랬을 수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내가 문맹이었다면 나도 같은 결정을 했을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