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는 처음엔 인물 관계도를 캐치하기 조금은 어려운 책이다. 그런데 크게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맨해튼의 늙은 열쇠공 레오 거스키. 브루클린에 사는 열네 살 소녀 앨마 싱어. 그리고 칠레에 살다가 죽은 레오 거스키의 친구 즈비 리트비노프. 레오는 청년기에 폴란드에서 한마을에 사는 소녀 앨마를 향한 사랑을 소설로 썼으나 독일군을 피해 망명하며 소녀도 원고도 잃었다. 소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레오의 부탁으로 그의 소설 '사랑의 역사' 를 보관하던 즈비는 친구의 글을 읽고 감동해서 스페인어로 번역해 자기 이름으로 출간하고, 칠레를 여행하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앨마의 아버지는 자기 딸에게 그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준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레오, 알마, 즈비의 이야기 속에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들을 맞추는 듯하다.
전쟁에 가족을 모두 잃고 낯선 나라로 도망쳐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홀로 살아온 노인의 차가운 고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의 존재도 몰랐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할 소녀와의 만남으로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고, 그는 한 소녀를 사랑했으며, 그녀의 웃음은 소년이 평생에 걸쳐 답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끝내 전하지 못한 대답을 붙든 채, 소년은 노인이 되었다.
오직 한 소녀를 위해 써내려간 마음의 기록은
세월의 물결을 타고 삶의 해안을 떠돌았다.
마침내 부서진 사랑의 조각들이 모여 사랑의 역사가 될 때까지
소녀의 이름이 사랑의 이름이 되고, 다시 소녀의 이름이 될 때까지"
'사랑의 역사' 는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에서 인간의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훌륭하게 읽어냈다. '앨마' 라는 이름 안에 감추어진 사랑과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공감할 수 있다. 노인 레오와 15살 앨마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역사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독자와 작가가 만난 사랑의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