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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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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공부를 하면서 요즘 한국 문학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새의 선물' 은 100쇄 기념으로 개정판이 출간이 돼서 읽게 되었다. 제 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100쇄 기념이라니? 100쇄를 찍을 수 있는 작가들이 몇이나 될까? 이 소설은 1995년도에 출간돼서 30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성장소설이다. 최은영, 김초엽 같은 작가들에게도 사랑받는 소설이다.


'새의 선물' 에는 사랑스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60년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한국어의 묘미를 일깨워주는 문장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인물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개성이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연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12살짜리 진희가 주인공이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12살에 알았다고 말하는 당돌하고 성숙한 아이다.

12살 진희는 외할머니와 이모와 같이 살고, 삼촌은 서울대 법대생이다. 진희 또래의 장군이와 장군이 엄마가 등장하고, 그리고 거기에 하숙하는 이선생과 최선생. 광진테라라는 양복점 식구들이 있고, 우리 미장원, 문화사진관도 있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 외에 삼촌의 친구도 잠깐 진희네를 방문을 한다.

진희는 자신을 "보여지는 나" 와 "바라보는 나" 로 분리시킴으로써 언제나 스스로를 일정한 거리 밖에서 지켜본다. 진희는 이모와 함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극복한다. 평론에도 나오듯이 이 소설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부분은 점잔 빼는 어른들의 이면을 교활하리만큼 철저하게 바라보는 진희의 시선이다. 특히 철딱서니 없고 대책 없이 사랑에 빠진 이모를 관찰할 때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안타깝기도 한 것은 가면 뒤에 숨은 채 쏘아내는 타인에 대한 관찰이 집요해지고 냉소적으로 보일수록,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살고 있는 진희가 실은 어떤 친밀감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연하게 노출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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