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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쓰는 직업

글을 읽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말이나, 행동, 일하는 방식, 취미 등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글만큼 그 사람을 잘 보여주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곽아람 기자님은 '공부의 위로' 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들의 에세이는 꼭 찾아서 읽는다.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에 대해서 갖는 여러 가지 생각들과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들과 좋았던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글로 20년을 버틴 그녀의 이야기다. 평일엔 기사를 쓰고 주말엔 에세이를 쓰는 에세이스트다.


여러 챕터 중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그 당시 오르한 파묵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고 한다. 장편소설 "내 마음의 낯섬" 이 국내에서 출간된 직후였다. 소설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라는 예술은 나와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욕망에서 근거한다. 나는 고향 이스탄불을 나와 교육 수준도, 문화적 배경도, 개인사도, 지정학적 환경도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일을 "바늘로 우물 파기" 에 비유하며 하루에 열시간씩 쓴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꼭 좋은 작품을 낳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작가님은 말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싸우는 편이 낫다고. 훌륭한 예술 작품은 대개 평생의 주제에 대한 변주다. 새로워지겠다는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망가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실패할지언정 끊임없이 시도한다는 행위의 문학적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결과물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 상관없으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 "나만 아는 그 아름다움' 이 창작자들을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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