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거시경제 전문가이신 오건영 작가님이 "부의 시나리오" 라는 책에서 추천을 하셔서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습니다. 통대에 입학하니 에너지는 너무 중요한 주제로 수업마다 다뤄지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시경제 전문가께서 추천하신 책 답게 이 책 역시 에너지 문제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로 발생한 전쟁들과, 미국, 중국, 유럽, 일본, 한국, 인도, 러시아, 중동 등 여러 나라들의 에너지 정책과, 문제점 및 미래의 방향성 등을 제시합니다. 책에서 많은 설명을 하지만 저는 3 가지 포인트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요.
에너지는 많은 국가들 사이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에너지로 뭉치게 된 계기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유럽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전쟁이 일어난 지역입니다. 그런 유럽도 공동체를 만들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데, 그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에너지였습니다. EU 탄생의 출발점은 1952 년 발족한 유럽석탄철강공체입니다. 제 2 차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프랑스가 독일이 다시는 전쟁할 수 없도록 무기를 만드는 에너지원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제의했고,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동참했습니다. 이들 6개국은 1957 년 로마에 모여 유럽경제공동체 ECC 와 유럽원자력공동체 EURATOM 을 창설하는 로마조약을 체결했고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죠. 1965 년 EEC 와 EURATOM 을 통합하여 유럽공동체 EC 가 됐으며, 이후 1992 년의 마스트리흐트조약에 따라 1993 년 11월 현재의 EU 가 출범했고 2002 년 유로화를 도입했습니다. 이 책에는 역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와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도 흥미롭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미중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중국이 미국을 과연 넘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잖아요. 이 부분은 "제국의 충돌" 에서도 자세히 다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를 예측하는 중요한 잣대는 역시 에너지입니다. 에너지로만 보면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거든요. 미국이 어느 정도 에너지 독립을 이뤄서 산업과 대외정책도 정비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필요한 에너지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거든요. 에너지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환경이 중요한데 중국은 최악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정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재생에너지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우리 나라의 에너지 정책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신재생이 가능할까요? 일단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넓고 평범한 부지가 필요한데 우리 나라는 산악 지대잖아요. 우리 나라의 총 발전설비 중 35% 를 태양광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의 190배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의 일사량은 미국의 70% 수준입니다. 풍력발전은 어떨까요? 풍력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이 한 방향으로, 일정한 세기로 불어야 하는데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는 바람의 질도 좋지 않아 풍력단지를 지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신재생 에너지에는 계속 투자를 해야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서 ‘21.6%+α’로 높인다고 하네요.
원자력은 어떨까요? 원자력에 대해서는 찬반토론이 너무 많이 이뤄지죠? 어떻게 보면 원자력은 우리 나라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일수도 있어요. 왜냐면 원자력은 고밀도 에너지원이거든요. 밀도가 높으므로 많은 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태양광의 100분의 1, 풍력발전의 600분의 1의 면적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원전 사고가 문제잖아요. 역사적으로 원전 사고가 많지는 않았지만 원전 사고는 다른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수백 년 동안 땅과 물을 오염시켜 사람이 접근할 수 없게 하고 후손에까지 그 피해를 물려주죠.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서 알 수 있듯이 3세까지 유전 질환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핀란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올킬루오토 3 원전 가동에 들어갔으며 프랑스는 2035년까지 6기의 원전을 더 짓기로 했습니다. 영국·네덜란드·폴란드·체코도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원전 부활’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원자력 에너지 인플루언서의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했지만...우리 나라는 2021년 기준 27.4%인 원전 비중을 2030년 32.4%로 높인다고 하네요. 이 책은 조금 오래된 책이라 저자는 답은 천연가스라고 합니다. 기저발전의 원칙을 바꾸어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여 전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원자력과 석탄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전력공사는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대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여 지난해 사상 최악인 32조 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을 마련해야 할 듯 합니다.
마무리를 해야할텐데요...에너지는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10년은 단기입니다. 적어도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은 되어야 그래도 중장기 축에 들어갑니다. 지금의 계획, 지금의 결정에 대한 결과가 30년 후에 나온다는 얘기죠. 그만큼 에너지는 길고 넓은 안목으로 봐야합니다. 그래서 에너지는 대책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