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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에너지 제국의 미래


요즘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이 많이 가서 관련 서적들을 주로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라는 책으로 석유 이야기와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 수소 이야기와 기후 변화 대응의 바람직한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에너지는 숨은 최고 권력자와 같았습니다. 석유, 석탄 등 에너지 자원이 부의 크기와 힘의 방향을 결정해왔기 때문이죠.


경제학의 가장 오래된 고민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입니다. 현대 이전까지 이 고민은 생산량의 증대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부족한 자원과 한정된 에너지로 같은 기능과 효용을 창출해한다고 하니 에너지에 관심을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게 만드네요.

우선 에너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부터 풀어드리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1. 석유는 에너지원으로만 쓰인다는 오해

UN 의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은 "석유·가스 관련 사업에 대한 승인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석유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석유는 연료 외에도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됩니다. 원유를 가열하면 휘발유, 경유, 등유의 제품유 외에 석유화학이 기초원료인 나프타를 얻게 됩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등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으로 만들어지죠. 스마트폰과 TV 를 비롯한 가전제품, 주택과 차량 내장재, 세재, 샴푸, 화장품, 페인트 등 각종 문명의 이기가 석유를 원료로 제조됩니다. 우리가 입는 옷도 대부분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고어텍스 등 석유 원료의 합성섬유입니다. 심지어 음식조차도 석유화학 기술로 만들어진 비료로 재배됩니다. 그래서 석유를 에너지원으로만 이해한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각종 의료기기와 약품이, 가전제품을 이용할 때 그 제품이 석유라는 재료로 생산됐고 석유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재생에너지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약 40% 임에도 불구하고 석유 소비량은 줄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걸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와 석유는 그 쓰임이 달라서 서로의 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많은 사람이 우리가 쓰는 전기는 석유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석유를 이용한 발전 비중은 3~5% 수준이며 화력발전은 대부분 석탄과 천연가스를 사용합니다. 석유의 가장 큰 용도는 휘발유, 항공유 등으로 가공되어 차량, 선박, 항공기 등의 연료로 쓰이는 것입니다. 수송용 연료로 전체 석유의 약 50~60% 가 소비되며, 그다음으로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약 15~20% 가 소비됩니다. 그리고 남은 일부가 산업용, 난방용 연료나 기타 용도로 활용됩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용으로 대부분 사용됩니다. 재생에너지 중 비중이 가장 큰 수력으로 전기 생산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항공기와 선박의 연료는 될 수 없죠. 풍력과 태양광 역시 전기생산의 원료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역시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석유 제품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는 발전용 에너지로 비중을 늘려갈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할 테지만 그것이 석유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전기차가 확산되면 전기가 석유를 대신해 자동차이 동력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석유 소비가 감소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선 전기차는 소형차에 한정해 보급되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화물차 등 상용차 분야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과 동력이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합니다. 전기차 비중이 높은 독일과 영국의 상황을 살펴봐도 석유 소비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3. EU 가 탄소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심히인 이유가 기후변화때문만이라는 오해
EU 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유럽 산업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유럽 주요국에서 약 40%를 넘게 차지한 데에는 자연 환경적 여건도 있지만 산업 구조적 이유도 있습니다. 유럽 주요 국가 대부분은 GDP 규모가 한국보다 크지만 독일을 제외하고는 전기 사용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국은 제조업이 비중이 높은 나라이지만 유럽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적은 금융, 법률, 관광 등 서비스업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생필품보다는 고급 브랜드의 '명품' 사업도 발달하여 전기요금이 경쟁력의 주된 요소가 아닌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탄소국경조정 등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국제 규제와 제도를 도입할 때도 유리한 입장에 있죠.

이 책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에너지에 대한 오해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수소 등으로 탄소를 줄이는 일은 매우 어려우므로,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기존 에너지 지원의 도움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석유의 마지막 역할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을 돕고 그 사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부터 수소 및 암모니아, CCUS, 소형원자로, 핵융합 발전까지 에너지의 다양한 분야는 절실하게 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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