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21. 파란하늘 빨간지구


통대에서는 매주 각 분야 전문가께서 오셔서 주제 특강을 하십니다. 지난 주엔 환경 전문가께서 기후 변화에 대한 강의를 하셨어요. 그 분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셔서 읽게 되었어요. 제목도 참 예쁘고 마침 학교 도서관에 있어서 바로 강연 끝나고 빌려봤습니다. 학교 도서관이 참 좋아 책 구매도 여러 권을 신청했는데 왠만한 책은 다 승인을 해주더군요. 환경 분야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쉽고 편하게 쓰여진 책인 것 같아요.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30년간 연구를 하신 분이라 신뢰가 가더라구요.

잠깐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지금의 우리와 해부학적으로 같은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인류는 이보다 훨씬 짧은 약 1년 전에야 농업을 시작했고, 7,000년 전에야 문명을 탄생시켰습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문명을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린란드 빙하로부터 산출된 지난 10만 년 동안의 기온 변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빙하기에는 북반구 고위도 지역까지 빙하가 확장되었습니다. 기온이 낮아 해양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이 적어 지금보다 사막이 넓었습니다. 또한 지금보다도 열대와 고위도 지역 간의 기온 차가 커서 바람이 몹시 강했습니다. 이는 그린란드 빙하에 포함된 먼지가 현재보다 빙하기에 20~25 배 많았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빙하기에 우리 조상들은 오늘날의 극한 날씨보다 더 변덕스럽고 혹독한 기후에 맞서야 했습니다. 이런 기후에서는 농업을 할 수 없었으므로 사냥꾼이자 채집자로서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7만 3,500 년 전에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컴퓨커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화산 폭발 때 발생한 에오로졸이 햇빛을 가려 지구 평균 기온을 무려 12도나 떨으뜨렸습니다. 그 당시 인류는 심각한 위기에 몰려 멸종에 가깝게 갔었음을 DNA 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삶의 조건이 나았던 에티오피아 북부 고원에 몰려 있었습니다. 인류는 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나섰습니다. 2만 년 전부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후퇴했습니다. 마침내 1만 2,000 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섰습니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 라는 뜻입니다.

그전보다 기후변동성이 매우 작은 안정한 시기였습니다. 이때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홀로세에서 인류는 계절에 따른 식량 생산 과정을 전망할 수 있어 작물을 경작했고, 이에 따라 한곳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명은 홀로세에 들어선 후 약 5,000년을 더 기다렸다가 탄생했습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

2만 년 전부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화하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 높이는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가장 빠를 때 100년에 2.5 미터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1만 2,000 년 전부터는 기온이 안정되었지만, 그 후 5,000 년 동안에도 해수면 고도는 100년에 약 1미터씩 상승했습니다. 빙하가 대기보다 외부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7,000 년 전에 해수면 상승이 멈췄고 세계지도가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습니다.


인류 문명은 해수면 상승이 일닥란된 이후인 7,000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어 이집트, 인더스, 황허로 이어졌습니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강 하구에서 대규모로 농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입니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오늘날의 번영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번영은 과거 7,000 년에 걸친 문영을 지탱해왔던 안정된 기후를 붕괴시킬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인류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지구 미래는 새로움이 아니라 지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자 20만 년전부터의 이야기로 시작을 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0. 에너지 제국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