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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기획자 Eli Jul 01. 2023

238. 금리의 역습

이자는 자본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봤다. 이 책도 500페이지 되는 책인데 경제학 책과 역사책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세계를 이끈 경제 사상 강의에 언급된 경제학자들이 많이 등장해서 이 책을 먼저 읽고 금리의 역습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1849년, 사회주의 언론 "인민의 소리" 지면에서 프랑스 국회위원 두 사람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은 이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재산 소유는 도둑질이다" 라는 주장으로 잘 알려진 자칭 무정부주의자 피에르 조세프 프루동이었고, 반대편은 자유무역 옹호자로서 수많은 선전물을 써서 발행하던 프레데릭 바스티아였다. 


프루동-바스티아 논쟁의 주제는 이자의 정당성이었다. 프루동의 주장에 따르면 이자는 "고리대금 약탈" 이었다. 바스티아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그는 이자가 도둑질이 아니라 상호 서비스 교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빌려주는 대출자는 채무자에게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한다. 이 시간에는 가치가 있다. 

이 책은 현대 경제에서 이자가 담당하는 역할을 다룬다. 이자의 기원을 고대 근동 지역에서 찾고, 중세를 거쳐 유럽의 자본주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이자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그리고 이자와 자본주의가 분리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초저금리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본주의 경제가 시장이 결정하는 금리 없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다. 프루동처럼 금리는 근본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리의 필요성을 믿지 않는다. 현대의 통화 정책 입안자들은 금리를 주로 소비 물가 수준을 조절하는 지랫대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금리를 제로 아래까지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조정은 금리의 여러 기능 중 중요성이 가장 떨어지는 기능일 것이다. 


이 책은 자본 배분의 방향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필요하고, 금리가 없다면 투자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자는 '절제에 대한 보상' 으로써 저축을 장려한다. 이자는 또 레버리지 비용이자 리스크의 대가이기도 하다. 금융 시장 규제 상황에서 은행가나 투자자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금리다. 외한에서 금리는 나라 간에 오가는 자본 흐름의 균형을 맞춰준다. 금리는 소득과 부의 분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스티아가 파악했듯이 지나치게 낮은 이자율은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신용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태초에 대출이 있었고, 대출에는 이자가 붙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최초의 거래는 물물교환이 아니라 신용 거래였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수레에 바퀴를 다는 방법을 발견하기 전부터 이미 대출에 이자를 부과했다. 이자는 기원전 8세기에 만들어졌다는 화페보다도 훨씬 더 오래되었다. 


기원전 1750년경에 탄생한 가장 오래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 이자 규제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는 관례적인 이자율을 적용한 기존의 신용 관행을 성문화했다. 


뵘바레크는 한 나라의 금리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대 세계에서 금리는 위대한 문명의 진로를 뒤따랐다. 바빌로니아, 그리스, 로마에서 금리는 수 세기에 걸쳐 U자형 패턴을 따랐다. 문명이 번창할 때는 떨어졌고, 쇠락하거나 멸망할 때는 급격히 상승했다. 폭풍전야의 고요일 때는 초저금리도 등장했다. 신바빌로니아 시대 초기 은 대출 금리는 최정 8.33%까지 떨어졌다. 기원전 5세기 초 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에 함락되자 금리는 40%까지 치솟았다. 18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이 혁명 이후 프랑스에 공격당하기 직전에 금리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21세기 초반 최저금리는 위안이 될 만한 현상은 아니다. 


이자는 필요와 탐욕이 결합하여 등장했다. 이자가 문명 초기부터 존해쟀던 이유는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왕궁과 사원은 늦지 않게 세금과 부과금을 걷어 중요한 지출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날 세무 당국처럼 연체에 이자를 청구했다. 이 공공기관들은 대출 이자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했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에게는 태생적으로 "교환 성향" 이 있다고 주장했다. 돈을 빌려주는 성향, 그 과정에서 이자를 부과하는 성향도 그만큼 선천적이며 강력해 보인다. 


이자의 적절한 수준이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은 현재까지도 계속 경제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금리가 자연 수준 이하로 유지될 때 부의 거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될 때 불평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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