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 진출 프로젝트의 대표님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일 얘기를 한참 하다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얘기까지 이어졌다. 대표님이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을 좋아하신다고 하시길래 똑같이 좋아한다고 했다. 대표님이 이동진 평론가님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주 오래 전에 모든 평론가들이 현학적으로 설명을 늘어놓을 때 이동진님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영화를 설명해서 좋아하게 됐다고 하셨다. "대중" 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일전에 유병욱 카피라이터님의 카피 강좌에서 우리는 예술을 할 게 아니라면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는 말씀이 기억이 났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경제 원리와 현실을 알기 쉽게 설명한 실용판 경제 입문서다. 입문서인 만큼 어려운 개념과 내용을 쉽고 명확히 설명하는데 공을 들인 책이다. 그런데 이 책도 600페이지 되는 두꺼운 책이라 많은 집중과 끈기를 요하는 내용이 많다. 이번 책은 전면 개정판 제 17판이다. 1998년 초판을 출간하고 25년이 지나는 사이 16번 고쳐 쓴 책이다. 경제 분야 최장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개념도 네이번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경제 개념보다는 훨씬 쉽게 설명을 하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좋은 건 경제 현상의 인과관계가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그 원인과 다음에 일어날 일까지 추측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이론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지식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유심히 본 파트는 한국의 서비스 지수는 왜 만년 적자인지 설명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 관련 기사도 봐서 더 주목하게 되었다.
경상수지는는 흑자를 내는데 서비스 교역은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적자를 본다. 서비스수지는 왜 늘 적자일까?
주로 여행과 사업서비스 부문에서 산업 경쟁력이 외국에 뒤지기 때문이다. 사업서비스란 기업이 사업을 원활히 운영하고자 다른 기업과 금융, 회계, 법률, 광고, 홍보, 컨설팅, 특허, 연구, 개발 부문에서 주고받는 서비스인데, 국내 기업 경쟁력이 낮아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내주는 돈이 늘 많다.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인데 미국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고 제조업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스페인도 미국 다음으로 중남미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인데 중남미에서 서비스업에서 성공을 했다. 스페인은 금융업의 중남미 시장 점유율이 높다. 몇 국가에서는 1위이고 하고, 많은 나라에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있다.
한국도 의료 법률 회계 금융 등 고급 서비스를 국제화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으로 불린다.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선진국형 산업이다. 시장도 제조업보다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2019년 연평균 세계 무역 성장률은 서비스가 5.2%로 제조업 상품(2.5%)의 두 배를 넘었다. 이 때문에 국가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서비스산업으로의 이행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어느덧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서비스산업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은 지난해 1302억달러로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수출 6위인 제조업에 한참 못 미치는 위상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1년 이후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서비스산업 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대책마다 핵심을 비껴갔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 등이 필요 없는 대신 각종 면허나 인허가 등 규제의 진입장벽이 공고하다.
서비스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행과 사업서비스의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서비스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가 규제와 독점을 거두고 시장을 열어 경쟁이 촉진되게 해야 한다. 단, 국내 산업이 개방에 대비할 시간을 주고 정책 지원을 펴야 한다. K팝이 세계를 휩쓸고 있듯이 이제는 ‘K의료’ ‘K관광’ ‘K로펌’ ‘K금융’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K규제’부터 타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