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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기획자 Eli Jun 08. 2024

육아퇴직 - 언어 감각이 있는 사람이 도입한 제도


저는 아이가 없는데 한경의 이 기사가 왜 눈에 띄었을까요? 바로 육아휴직을 육아퇴직으로 단어를 바꾼 언어 감각 때문입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시행에 들어간 육아퇴직 제도는 각각 퇴직 후 3년, 2년6개월 후 다시 입사 기회를 주는 게 핵심입니다. 퇴직 처리된 후 재채용 시 그만두기 직전 호봉과 인사평가 이력을 인정받습니다. 업계에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퇴직 제도를 적극 도입·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제도를 만든 사람은 제 브런치에도 소개한 “언어력” 이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무상급식 논쟁의 해결 방법을 활용한 것 같습니다.  2011 년 서울시에서 무상 급식 논쟁이 있었습니다. '무상 급식' 이라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무 교육제하의 학교 급식은 '무상급식' 이 아니라 국가 의무가 수반되는 '의무 급식' 이라고 프레임을 바꿨습니다. 무상 급식과 유상 급식의 '돈' 프레임을 '의무' 프레임으로 바꾼거죠. 적절한 언어의 표현으로 프레임을 바꾼 것입니다.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우리의 사고를 올바른 곳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입니다.

 
통역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언어에서 정말 탑이 된다는 게 뭘까 생각해봅니다. 유창해지는 것,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는 것, 필력을 갖추는 것, 퍼포먼스가 좋은 것, 설득력과 논리력을 갖추는 것 등… 많은 조건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과 용어를 새로 조합하고 만드는 능력도 언어 고수자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5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사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 아무런 소용이 없었죠. 만약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언어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어서 육아퇴직 개념이 일찍부터 도입이 됐더라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4차 산업과 지속가능사회라는 책에서는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XR, 드론, 로봇, 디지털트윈 등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하여 세상이 직면하고 있는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기술과 돈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육아퇴직 제도가 정착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의 실마리는 언어가 제공을 한 것입니다.  


언어력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봅니다: "물리적 폭력 없이 모든 문제를 언어로 해결하는 사회를 꿈꿔 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069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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