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희 부부는 시부모님과 함께 영화 <El cautivo> (더 캡티브) 를 보러 갔습니다. 개봉 첫 주말 동안 이미 스페인 전역에서 15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고 약 110만 유로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박’이라 단정하기엔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작은 분명히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관객 반응은 엇갈렸고, 저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님과 남편은 이야기 전개와 미술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셨고, 시아버지는 “픽션이 너무 많아 세르반테스의 이미지를 떨어트린다”며 아쉬움을 표하셨습니다. 극장을 나서며 세대별 감상 차이를 직접 느낀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개봉 직후 평단의 반응도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긍정적 평가: 해외 매체들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편집, 그리고 돈키호테적 상상력의 기원을 대담하게 드러낸 점을 호평했습니다.
비판적 평가: 스페인 언론 El País는 역사적 울림보다 감상적 각색에 치우쳤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하산 베이와의 동성애적 암시는 “근거가 부족한 자극”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스페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는 “잘 만든 영화”라고 인정하면서도, “몇 분의 장면이 영화 전체를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신중한 의견을 남겼습니다.
결국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가, 아니면 상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가.
사실 이 논쟁의 씨앗은 이미 『돈키호테』 속에 들어 있습니다. 제1부 39~41장에서 세르반테스는 루이 페레스 데 비에드마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자신의 포로 경험을 서사화했습니다.
루이는 전쟁에 나섰다가 알제리에서 포로가 되고,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 과정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과 회복력을 드러냅니다.
작품 속에는 **사아베드라(Saavedra)**라는 병사도 등장하는데, 이는 세르반테스 자신의 또 다른 성씨입니다. 독자에게 보내는 은밀한 신호처럼 보입니다. “이건 나의 이야기다.” 돈키호테를 읽고 싶으신 분들은 세르반테스 문화원 버전을 추천드립니다.
세르반테스의 포로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문학적 장치이자 개인적 상처의 증언입니다. 그는 고통을 사실 그대로 남기지 않고 서사로 재구성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굴욕은 인간 보편의 경험으로 승화되었고, “포로 이야기”는 인간이 어떻게 이야기로 버텨내는 존재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메나바르의 영화는 이 지점을 확장합니다. 그는 세르반테스의 경험을 과감히 재구성하고, 금기와 논란을 무릅쓰고 “그가 어떤 감정과 관계 속에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평자는 이를 “용감한 시도”라 하고, 또 다른 평자는 “역사적 근거 없는 과잉 해석”이라 일축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미 세르반테스 자신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돈키호테』 속 루이 페레스의 목소리, 그리고 영화 속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고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상처는 어떻게 이야기로 변하는가?”
개인적으로 <El cautivo>는 제작적 완성도 면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세트와 미술, 조명, 편집 모두 정교했고, 아메나바르는 여전히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입증했습니다. 이야기를 엮고 풀어가는 솜씨는 그의 장기였습니다.
다만 주인공의 카리스마는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세르반테스를 연기한 배우가 감정의 무게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해, 몰입이 끊기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조연들의 연기는 더 강렬했고, 작은 표정과 대사에서 영화의 긴장을 지탱했습니다.
물론 이런 불균형 속에서도 아메나바르가 전체 이야기를 흔들림 없이 끌고 간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사벨 솔레르 킨타나(Isabel Soler Quintana)**의 『Miguel de Cervantes: Los años de Argel』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세르반테스가 알제리 감옥에서 보낸 다섯 해를 다루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피소드를 복원합니다.
특히 네 차례의 탈출 시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세르반테스의 용기, 그리고 이를 목격한 동시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왜 그가 결국 높은 몸값을 치르고 구출될 만한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자료는 25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문서를 재배열한 형태로, 서로 다른 목소리가 교차하며 긴박한 전기적 서사로 엮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