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깨는 아메리칸 케틀 벨 스윙
학명으로 정의되지 않은 다양한 공포증이 내 삶을 둘러싸고 있다. 그 공포증 중 요즘 가장 흔히 겪고 있는 공포증은 1인 1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탄생한 낙폰 공포증이다. 이 낙폰 공포증 때문에 스마트폰이 책상이나 테이블 가장자리에 있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지 못한다. 낙폰 공포증이 뭐냐면, 책상이나 테이블 가장자리에 있는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고 고장 나는 모습이 상상되는 공포증이다. 이 공포증은 내 스마트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스마트폰이 가장자리에 있을 때도 낙폰 공포증이 발동돼 상대방 스마트폰이 안전지대로 옮겨질 때까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이 요상한 공포증 때문에 내 것 혹은 내가 임의로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목격하면 항상 중앙(낙폰 우려가 없는 안전지대)으로 빠르게 옮겨놓는다.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도 학명이 불명확한 일상 속 공포증은 어김없이 생겨났다.(내 쫄보 세포는 정말 열 일 하는 것 같다.) 그중 오늘 소개할 공포증은 아메리칸 케틀 벨 스윙 공포증이다. 우선 아메리칸 케틀 벨 스윙이란 운동을 간단히 설명하면 - 스쾃 자세로 둥그런 손잡이가 있는 둥그런 고철덩이를 두 손으로 잡은 뒤 몸과 팔을 쭉-펴면서 고철덩이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렸다 다시 역순으로 내려오는 동작이 반복되는 운동이다. 나는 이 둥그런 고철덩이가 나약한 내 팔에 매달려 머리 위에 있는 모습이 너무 무섭다.(내 팔과 어깨를 믿지 못함) 그래서 이 아메리칸 케틀 벨 스윙을 시작하는 순간 고철덩이가 내 뚝배기로 퍽! 하고 떨어지는 두려운 상상을 하게 된다.(상상력 무엇?)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틀 벨을 보기만 해도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겨드랑이에 식은땀이 흘러나와 운동을 못하는 수준으로 공포증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증상이 있다면, 이 운동을 할 때면 다른 운동을 할 때보다 아귀힘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가 운동이 끝나고 나면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는 것이다. 이 공포증을 벗어날 방법은 절대로 케틀 벨을 뚝배기로 떨구지 않을 만큼 강해지는 것과, 운동을 관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자무식 공포증 극복 방법이지만 이보다 완벽한 해결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 상황에 마주하고 부딪히며 깨지며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두려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경우를 미연에 피해버리는 방법. 굳이 두 가지 방법 중 더 단순하고 쉬운 극복 방법을 고르자면 경우를 미연에 피해버리는 방법 즉, 운동을 관두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관두는 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 운동을 관둔다면 차-암 암담한 내 모습이 그러니까 절대로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이 상상되고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극복 방법은 케틀 벨을 떨구지 않을 만큼 강해지는 방법 그러니까 공포의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부딪히는 방법이다. 아, 그럼 가벼운 걸로 운동을 하면 되지 않냐 반문할 수 있는데, 가벼운 무게 그러니까 만만한 무게로 운동을 해도 똑같은 공포증이 몰려온다.(무게와 상관없음 그리고 가벼운 걸로 맞아도 아픈 것 똑같음) 그래서 이왕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김에 만만치 않은 무게로 운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근데 이 글 쓰고 보니 대 놓고 '이명구 개 쫄보'라고 자랑하는 글이 된 것 같다. 근데 뭐 공포증 많은 쫄보라는 게 나는 그렇게 부끄럽지 않다.(그래서 나를 쫄보로 지칭하는 표현이 많이 보였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꿈 많고 - 건강하게 - 행복하게 - 긍정적으로(데 헷) - 미한도 만나며(홍홍) 잘 살아온 이유가 열 일 하는 내 쫄보 세포들 덕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운 상황 혹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경우를 미연에 피해왔기에 기관지랑 손발이 큰 손실 없이 살아온 것이다. - 반대로는 적당하게 부딪히고 깨지며 살아왔기에 진짜 큰 태풍이 휘몰아쳤을 때도 뽑히거나 깨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잘 버티고 서있었던 것이다. - 캬 - 결국 쫄보의 성인군자 같은 삶 그러니까 균형 있는 삶 혹은 중도의 삶인 건가? (자화자찬 아전인수 개쩖) 어쨌든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내가 맞이할 수 있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미연에 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또 무언가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