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란 이런 것이에요.
크로스핏은 크게 '기구운동'과 '맨몸 운동'으로 나뉜다. 때문에 대부분의 크로스피터들은 2가지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한다.(다이어트는 제외 그건 크로스피터가 아니어도 가지는 인생 목표기 때문.) 첫 번째 목표는 몇 파운드의 무게로 운동을 수행하겠다는 무게에 대한 목표, 두 번째 목표는 맨몸 운동 중 어떤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크로스피터들과 다르게 어느 한 가지 목표도 없었다. 우선 철질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아프고 정적인 운동 소위 말하는 웨이트를 혐오하는 성격이라 높은 무게에 대한 욕심도 목표도 생길 수 없었다. 그저 WOD 동작만 수행하다 보면 조금씩 성장하겠지라는 생각만 철 맞은 게 살 차있듯 아주 그냥 머릿속에 꽉! 차있어 수행 무게를 성장시키는 웨이트를 절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맨몸 운동에 목표의식이 생겨야 하는데 아뿔싸,,, 이미 처음 크로스핏을 수행하는 첫날부터 모든 맨몸 운동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링 머슬업이라든지, 바 머슬업이라든지... 그러니 남들처럼 맨몸 운동 동작에 대한 목표의식도 생길 수 없었다.
그렇게 목표 없이 크로스핏을 해오던 나는 이번 19년도 *Open [일간 크로스핏 구독자 모두가 크로스핏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간 크로스핏 TMI : *Open ; 전 세계 크로스피터들이 참가하는 대회. 주최 측에서 Open이 시작되면 매주 금요일(한국시간) 5주간 Open에 참가한 크로스피터들이 수행해야 할 Wod를 공개한다. 크로스피터들은 공개된 Wod를 4? 5일 안에 횟수 제한 없이 수행하고 가장 좋은 기록을 제출. 제출된 기록으로 전 세계 순위가 매겨진다.]을 참가하고, 묠니르로 머리통을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Open Wod가 시작된 19.1부터 19.4까지 4주간 나는 주로 혼자 혹은 소수 인원과 측정을 했기에 Open에 참가한 다른 크로스피터들의 모습과 Open의 열정과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 측정인 19.5는 운이 좋게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아 거츠에서 많은 크로스피터들과 함께 측정할 수 있었다. [일간 크로스핏 TMI : *19.5 Wod ; 제한 시간 20분 동안 33-27-21-15-9개의 쓰러스터(95파운드)와 체스투바를 각각 수행해야 하는 Wod *쓰러스터 ; 두 손으로 바를 잡은 뒤 바를 양 어깨에 맞닿게 걸친 후 스쾃 자세를 취한다. 스쾃 자세에서 상-하체를 쭉 펴며 바를 들고 있던 팔도 머리 위까지 바를 들어 올린다. *체스투바 ; 소위 말하는 턱걸이 운동(풀업)인데 턱걸이와 달리 바에 턱이 아닌 가슴이 닿아야 하는 운동.]
19.5는 20명이 넘는 크로스피터들이 4명씩 조를 짜서 WOD 수행 순서를 정했고 - 나는 바라던 첫 조에 편성됐다. 첫 조에 편성되길 바란 이유는 빨리 끝내고 영상 편집과 자소서 작성 등 개인적인 일이 많았기 때문이고, 첫 조에 편성된 걸 확인하자마자 측정을 끝내고 개인적인 일을 하러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 편성이 끝나고 곧-측정시간이 시작됐다. 평소 약하고-혐오하던 쓰러쓰터 동작은 시작 전부터 내 의지와 사기를 떨어뜨렸고, 체스투바는 이미 내가 잘할 수 있는 운동이었기 때문에 이번 Open에서 최선을 다해 수행하며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이런 심리가 복합된 결과 19.5 측정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은 설렁-설렁, 대충-대충이 됐다.
설렁-설렁, 대충-대충 Wod를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20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을 때 내 상태는 폐가 터질 것 같아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겨우겨우 찾은 호흡에도 피맛이 섞여있었다. 더불어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을 다시 세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내 몸 상태를 보고 나는 스스로 결과가 어찌 됐든 만족했었다. 다음 조가 측정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호흡이 돌아와 정신을 차렸고 - 땀을 식히며 측정을 수행하는 크로스피터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곧 - 나와 너무나 상반된 마음가짐으로 Wod를 측정하는 그들의 강렬한 눈빛과 거친 숨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강렬한 눈빛과 거친 숨소리에는 단 한 개의 체스투바를 꼭 성공하겠다는 혹은 한 개라도 더해야겠다는 너무나 간절하고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들은 실패하고 떨어져도 다시 바를 잡고 시도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바를 쥐어잡은 손바닥이 바와 강렬하게 마찰을 일으켰고, 곧 그 마찰로 인해 그들의 손바닥 껍질은 벗겨지며 피가 터져 바와 손바닥을 적셨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바를 잡고 시도했다. 한 개라도 하기 위해 - 한 개라도 더 하기 위해 말이다. 끝내 한계를 극복하고 그 한 개를 성공해 환호하는 그들의 모습. 너무나 간절하게 시도했기에 실패에 이를 갈고 분해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모습. 그들이 내게 보여준 이 모습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했다. 그러니까 [감. 동.] 그것이었다. 이 [감. 동.]은 묠니르가 돼서 내 머리를 정말 강하게 내리친 것이다. 그렇다 백날 읽은 책들이 우리 머리를 도끼질하고 깨우쳐도 이만큼의 충격과 깨우침은 주지 못 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문현답]이 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조까지 아름답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모습에 매혹된 나는 끝내 계획처럼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했다. 그날 개인적인 일을 하지 못했지만, 목표 없이 운동했던 지난 시간과 그들처럼 아름답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만족한 내 모습에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시간을 통해 개인적인 일 이상의 가치 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이 보여준 아니, 그들이 내게 선물해준 아름답고 강렬한 모습을 당신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