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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n 14. 2019

일간 크로스핏 : 끔찍한 질투심

효리네 민박 시즌3 을 기다리며.

미한과 통화 중일 때 가끔 미한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미한에게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집중 좀 해줘 라는 의미로 뭐하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미한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

"인스타 하고 있어, 귀여운 거 보내줄까?"


나 역시 미한만큼 귀여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최초 질문의 이유를 망각한 채로 당장 보내달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우리 둘은 인스타 늪에, 귀요미 늪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처럼 나는 인스타로 귀여운 개, 고양이 혹은 인스타툰 속 귀여운 캐릭터들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미한과 다르게 내가 주로 소비하는 인스타 콘텐츠는 몸 좋은 남자 크로스피터들의 운동 중-후 올라오는 사진 영상 콘텐츠이다. 운동을 하는 그들의 몸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런 몸을 가지고 싶다는 강한 질투심이 생기고, 그들과 같은 멋진 몸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는 자각과 함께 운동을 해야 하게끔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덧붙이자면 운동선수들의 몸보다는 운동이 주요 업이 아님에도 몸이 좋은 일반인들의 몸이 더욱 큰 질투심과 운동에 대한 동기를 갖게 해 준다.


다른 이들의 몸에 대한 질투심이 내가 지속 운동을 하고 몸을 가꾸는 것에 큰 동기이자 동력이되 듯, 내 삶 저변에는 수많은 이들을 향한 질투심이 있고 그 질투심은 내가 무엇이든 행동하고, 실행하며 조금씩이나마 발전하고 성장하며 살아가게끔 하는 동기이자 동력이다. 단편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가끔 그 질투심에 나 스스로가 지쳐버리고, 질투심에 눈먼 혐오스러운 나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인지하는 최초의 혐오스러운 질투심은 중학생 때이다. 당시 나는 밤낮 안 가리고 온라인 게임을 즐겼고 그 때문에 현실 친구들보다 많은 온라인 친구들이 있었다. 온라인 친구 중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할 만큼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수학여행을 앞두고 여행기간 동안 게임을 하지 못하니 그 기간 동안 내게 게임 캐릭터 육성을 부탁했다. 평소에 서로의 캐릭터를 육성해주었던 사이기에 별생각 없이 친구의 부탁을 승낙했다. 친구 아이디로 접속을 하고 게임을 하던 중 친구 캐릭터가 소유하고 있던 소위 말하는 현질을 하지 않는 이상 가질 수 없는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보게 됐고 혐오스러운 질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질투심에 눈이 먼 나는 결국 친구 캐릭터가 소유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모두 도둑질했다. 그렇게 질투심에 눈이 멀어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모두 훔쳐놓고 도둑질 행위가 걸릴까 봐 노심초사하느라 평소보다 게임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길 며칠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친구는 없어진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확인하고 곧장 게임회사에 신고를 했다.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게임회사는 하루 만에 범인인 나와 내 아이디를 검거했고, 내 아이디는 평생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 영구정지라는 처벌을 받았다.


게임 캐릭터에 가해진 처벌은 영구정지였지만, 현실 속 내가 받은 처벌은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 처벌이었다. 그렇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내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밤을 새우고, 시험도 망치고, 건강도 해치고, 용돈을 모아 현질 하느라 돈도 잃고, 친구도 잃었는데 그 끝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게 된 것이다. 내가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통해 범죄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그 날의 교훈 덕분에 나는 다시는 질투에 눈이 멀어 범죄행위는 하지 않게 됐다. 다만 범죄행위만 하지 않았지 뿌리 깊은 혐오스러운 질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여전히 나는 강한 질투심이 있고, 때로는 그 강한 질투심으로 인해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질 때도 있다.


내가 주로 질투하는 사람들은 크게 내가 갖고자 하지만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내가 갖고자 하지만 갖지 못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내가 살고자 하지만 이루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2017년 제주에 살고 있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를 중심으로 촬영된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 이 대중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호응을 받으며 방영을 시작했고 성공적으로 종영까지 했다. 제주도와 이효리 그리고 아이유를 좋아하는 나 역시 대세에 따라 '효리네 민박' 애청자가 되고 싶었으나 그 타이밍에 내가 가진 강한 질투심이 발동했다. 이 강한 질투심으로 인해 끝내 효리네 민박을 보지 않았고, 볼 수 없었다. 그 타이밍에 발동한 질투심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효리와 이상순을 향한 것도 아니고, 그들과 함께 살게 된 아이유도 아닌 단지 며칠만 머물다 가는 게스트로 당첨된 이들을 향한 질투심이었다.


당시 나는 연이은 취업 실패로 자존감이 바닥을 내리찍고 또 내리찍고 있던 시기였다. 수직 하강하며 바닥을 내리찍고 내리찍는 자존감은 '나는 뭐든 안될 거야'라는 생각을 머릿속 깊이 자리 잡게 했으며, 그 생각은 구체적으로 참가자 100명 중에 99명이 당첨되는 이벤트가 있다면 1% 확률로 당첨되지 않는 불행한 한 명이 내가 될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세상 모든 불행은 나한테만 들이닥칠 것 같다는 그런 생각들로 말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취업을 떠나 무엇이든, 어느 곳에서든 선발되고 당첨되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 부러움은 혐오스러운 질투심으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게스트들은 효리네 민박에 선발되고 그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에 이효리에 아이유까지 있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취업이든 뭐든 어느 곳에서든 엄청난 이력이 될 것 같은, 앞으로 살아가며 늘 화자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방송에 출연을 하다니. 차마 내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방송이었고, 방송은 물론이고 관련 기사나 영상, 짤 같은 것도 보기 싫었다.


그렇게 낮아진 자존감과 강한 질투심을 뒤로하고 시간이 흘러 원하는 직장은 아니지만 취업에 성공을 했다. 취업과 동시에 여러 가지 방향으로 뻗어 있던 질투심에 글쓰기, 유튜브, 브런치, 러닝, 이직 등등 여러 가지 도전을 시작했다.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끝낸 것은 아니지만(사실 대중적인 기준으로는 모든 도전들이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길게 보고 여전히 도전 중이고 조금씩, 조금씩 발전시키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2년 전 효리네 민박 게스트들을 향한 질투심을 완전히 잊고 살아가던 최근 넷플릭스에 접속해 뭐 재밌는 거 없나 구경하며 마우스 휠을 굴리고 있었다. 그러길 몇 분 모니터 화면 속 효리네 민박과 마주했다. 마주한 그 순간 질투심에 눈먼 지난날이 떠올랐고 '이제 한번 시청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이며 마우스 끝을 효리네 민박 근처에 가져다 놨다. 하지만 망설임의 마지막 순간, 게스트들을 향한 잔여 질투심을 꺾지 못하고 넷플릭스를 꺼버렸다.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나 미한이 내게 물었다.


"내가 요즘 뭐 정주행하고 있는지 알아?"

"응?... 모르겠는데 음,,, 대장금?"


평소 미향이 가진 취향에 따라 몇 가지 콘텐츠를 유추해보았지만 모두 틀렸고 답답한 미한은 결국 스스로 정답을 알려주었다. 미한이 정주행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효리네 민박'이었다. 미한이 보는 건 뭐든 같이 보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나기에 미한의 대답을 듣고 다시금 '시청을 도전해볼까?'라는 고민이 시작됐다. 하지만 내가 과연 강한 질투심을 꺾고 온전히 미한과 같이 미한처럼 즐기면서 시청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날은 시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미한의 가족과 함께 가족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가족 없이 미한과 나 단둘이 있을 때면 미한은 '효리네 민박'에 나오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이 재밌게 본 짧은 영상을 찾아 보여주었다.


미한과 함께 '효리네 민박' 영상들을 시청하니 게스트들을 향한 질투가 꺾이고 함께 웃고 떠들며 미래를 상상하며 얘기도 나누다 보니 '어 이제 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효리네 민박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고 나에게도 게스트로 출연할 수 있는 지원의 기회가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지원해볼 용기도 생겼다. 이 용기는 선발되지 않더라도 좌절해 과거처럼 게스트들을 질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효리네 민박을 응원해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져 내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올 수 있도록 애청하며 응원해야겠다는 다짐으로도 귀결됐다.


미한 그리고 미한의 가족과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 나는 넷플릭스에 들어가 망설임 없이 '효리네 민박' 시청을 시작했다. 2017년 처음 방영 소식을 들었을 때 들었던 기대감만큼 재밌었고, 질투심을 완전히 꺾고 거둬들이고 방방 웃으며 영상을 보는 내 모습을 보니 2년 전 그날보다 내가 조금은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나는 혐오스러운 강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눈이 멀어, 마냥 르상티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게스트들을 비하하는 언사로 발전 없는 자기 상태를 합리화하지 않고, 중학생 시절처럼 범죄행위를 통해 그 질투심을 분풀이하지 않았다. '효리네 민박'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 지원을 하더라도 그곳에서 선발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내가 가진 매력을 찾아 가꾸고 노력하며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처럼 언제나 내 질투심이 바깥으로 흐르기보다는 안으로 흐르기를 바라본다. 바깥으로 흐른 질투심은 질투의 대상을 향한 범죄 혹은 혐오를 낳을 것이고, 개인의 성장은 없이 늘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질투심이 안으로 흐른다면 나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조금은 더 스스로를 만족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은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몸이 좋은 사람들을 향한 질투심으로 운동을 했으며, 기획력이 좋은 사람들을 향한 질투심으로 나만의 영감을 받아들이고 기록하고 기획했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을 향한 질투심에 누가 보지도 않을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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