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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 베유 Jul 05. 2022

우리의 표현은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감정 표현은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구의 독립출판물. 군 생활 동안 글을 썼고, 군 생활을 통해 모은 돈으로 출판물을 냈다.  제목은 " 무색 "

친구가 낸 독립출판물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서툴렀기에 솔직했고, 처음이었기에 진솔했습니다. 언젠가 이 흔적이 위로가 되길.” 


삶을 두 번 살아본 사람은 애석하게도 없다. 신이 되어 부활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사건, 모든 향기, 모든 꿈, 모든 인격, 모든 생명, 심지어 어제 봤던 친구조차도 내 앞에 다시 등장한다면 우린 지금 이 순간, 이 감정을 단 한 번 겪는다. 누군가 “같은 강물에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 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러므로 우리의 감정 표현은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다. 익숙하다는 건 한 번쯤 경험해보아야 가능한 것이겠다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어느 순간을 스쳐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삶에 단 한 번 밖에 겪을 수 없는 그 순간과 감정에 우린 매 번 서툴다. 그리고 서툴 수밖에 없다. 딱 한 번이니까. 지나간 강물처럼.


 우리의 순간들은 딱 한 번 뿐이지만 과거 어느 순간처럼 비슷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강물이 두 번 다시 오진 않는다고 해도, 비슷한 기류와 비슷한 느낌은 상황과 기후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시 흘러들어온다. 이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기 위해, 명료하고, 간결하고, 아름답게 간직하기 위해 인간은 사진과 그림과 무엇보다 언어를 발명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여 물고기뿐만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잡아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표현을 때때로 포기한다. 거기엔 나름의 사정들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표현이 부족해서, 용기가 없어서, 내가 함부로 담아내면 그 순간은 이상하게 담길까 봐 등등의 이유들이 순간들에 끼여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서 카메라를 들었는데,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 마음에만 담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처럼 어느 순간은 내 표현과 말뭉치가 부족해 포기해야만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린 아쉬움, 부족함, 약간의 패배감과 때때로의 우울을 경험한다. 서툴러서, 서툴러서.


 그럼에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건 서툴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계속 찍어 버릇하면 언젠가 자신만의 구도와 감성과 색채와 온도를 발견한다. 나는 글 역시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표현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수많은 실패작들은 서투름 아래 촘촘히 쌓여 단단한 완성본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감정, 결, 문체, 어투, 문단을 나누는 방식, 연과 연을 끊는 방식, 호흡, 자주 쓰는 언어라던가, 설득에 쓰는 방법론 등이 자리 잡힌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더 명료하고 아름답게 혹은 진실에 가깝게 담아내게 된다.


 우린 매 순간이 처음이다. 삶을 두 번 살아본 사람은 애석하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감정 표현은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찍으면 찍을수록 자신의 방식은 서서히 명료해진다. 쓰면 쓸수록 자신의 시각은 서서히 유연하지만 강직해진다. 서툴 용기를 넘어서면 넘어설수록 소중한 장면들이 우리 마음속에 ‘잘 찍은 사진을 모아둔 핸드폰 내부의 앨범’처럼 남게 된다. 그가 추가로 남긴 ‘흔적이 위로가 된다’는 문장을 보면 그가 타인을 위로하는 마음의 결을 따라 꾸준히 적어본 건 아닐는지. 꾸준히 서툴 용기를 내본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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