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벼려질수록 깊은 맛이 난다.

by 시몬 베유

행복은 벼려질수록 깊은 맛이 난다.


힘들었던 시절, 나는 독서와 여행으로 에너지를 얻었다. 그때 생각했다.


“만약 힘과 행복이 넘칠 때 독서와 여행을 병행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 나는 약속했다. 행복해지더라도 책과 여행은 끊지 않겠다고.

이건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매너리즘이 찾아온 건 2023년 10월쯤이었다.

하… 이제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덮쳤는데, 그중 가장 먼저온건 다름 아닌 ‘여행’이었다.

여행은 생각보다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일이었다. 여행을 ‘지역에서의 독서’로 느끼는 나에겐 더더욱.

신경을 예민하게 세우고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회고해야 했다.

언제나 여행의 일정에는 ‘밤에 노트(북)를 펴놓고 정리하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2023년부터 점점 귀찮아지더니, 2023년 10월 경부터는 ‘도대체 왜?’가 붙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약속은 나를 지켜줬는데, 그로 인해 얻은 이점은 이와 같았다.


“행복은 벼려질수록 깊은 맛이 난다.”


행복에도 습관과 전문성이 필요했다. 즐거움에도 과정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넘치는 에너지라고 막 던지다간 결론이 없었다. 신나서 모든 걸 하려고 하다간 아무것도 못했다.

다만 단 하나. 내가 겪고, 슬피 울고, 즐겁고, 투자하고, 비효율적이었던 것들.

그 취미를 찾으려, 그 감각과 감정을 찾으려 헤맨 모든 시간에서 나오는

그 단 하나의 선택 그리고 그 조합은 깊은 행복을 가져다줬다.


정보와 결과가 모든 것이라고 믿는 시대에, 난 내 행복을 만드는 것만큼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이라이트로만 축구경기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경기를 좋아하는지, 어떤 흐름과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책의 결론만 읽은 사람은 독서 중간중간 찾아오는 희열과 질문의 순간에 터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경제 논리는 단순히 자본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물론 운이나 환경도 따라줘야겠지만

취미 역시도 어느 정도의 경제논리가 뒷받침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난 나를 사랑하기 위해,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쌓아간다.

점심시간에 굳이 동료들을 끌고 가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먹는 일.

햇살이 좋으면 굳이 설득해 산책을 하는 일.

이렇게 행복의 퀄리티를 벼려가는 일은 하루아침에 탄생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의 1cm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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