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학사 나부랭이의 브랜드 분석 (1)
toss는 어떻게 브랜드로 자리 잡았을까?
– 철학 학사 나부랭이의 브랜드 분석 (1)
지금 이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자동적으로 간편함과 반복되는 행동을 떠올린다.
광고도 많이 했고, UX도 좋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이걸 해석해보자.
‘들뢰즈’라는 철학자를 통해서.
들뢰즈의 핵심 중 하나는, 반복되는 감각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그 흐름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우리 안의 주된 욕망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ASIS
과거의 송금은 대부분 이런 흐름이었다.
공인인증서 → 보안카드 → 계좌번호 복사 → 엑셀 창 열기 → 메모 다시 확인
= 스트레스 + 긴장 + 시간 소모
이 ‘불편한 감각’이 누적되어 우리는 송금을 싫어하게 되었다.
‘돈 보내는 일’은 곧 ‘귀찮음’이라는 느낌과 행동(affect)으로 몸과 기억에 저장됐다.
그렇다면 toss는 어떻게 그것을 뒤집었는가?
BEFORE
toss는 여기에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빠른 흐름’을 만들었다.
핸드폰 번호로 송금 → 지문 인증 → 끝.
빠른 동선, 미니멀한 디자인, 불안 요소 제거.
단순히 경험의 전환일 수 있겠다만, 감각과 욕망의 방식으로 본다면 이는 이렇게 보인다.
감각의 전환.
“송금은 어렵다” → “송금은 생각보다 쉽네?” → “송금은 toss지 뭐”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좋은 서비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tos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송금은 toss.”
이건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다.
반복되는 감각을 말로 봉인한 것이다.
“편하다”는 감각을 슬로건으로 묶어
우리가 그 말을 다시 떠올릴 때마다 편했던 경험을 재소환하도록 한 것이다.
이게 바로 감각의 상징화다.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감각-기억-욕망이 하나의 라인으로 묶이며
우리는 ‘불편함의 대안’을 toss에 투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투사를 한 문장으로 묶어버려 오래 남게 한다.
이 마케팅의 본질은, 경험을 문장으로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좋은 경험이 있어도 슬로건이 없으면 브랜드는 퍼지기 쉽다.
“잘 만든 앱이긴 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toss는 경험 → 반복 → 문장 → 기억의 고리를 완성해
‘송금 = toss’라는 기억의 회로를 감각 수준에 각인시켰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까?
1. 경험은 감각이어야 한다 – 기능보다 ‘느낌’을 설계하라
사람들은 “편리하다”보다 “기분 좋다”를 기억한다.
UX가 좋다는 말보다,
“그 앱은 쓸 때 안 불안해”라는 감각이 오래간다.
결국 우리가 설계해야 할 건 사용자 마음속의 감정 데이터다.
2. 감각은 언어로 봉인돼야 한다 – 반복 가능한 말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복되려면 문장이 필요하다.
“송금은 toss”처럼,
그 감각을 단 하나의 말로 환원시키는 언어화가 브랜드의 운명을 가른다.
슬로건은 마케팅이 아니라 기억을 소환하는 트리거다.
3. 슬로건은 감정의 습관이다 – 욕망을 설계하라
사람들은 그 말이 좋아서 쓰는 게 아니다.
그 말이 연결된 기억이 좋아서 다시 손이 간다.
결국 좋은 슬로건이란,
사람의 감각과 습관, 기억을 미끄러지듯 잇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이때 브랜드는 제품을 넘어 정서적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