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면, 니 멋대로 살라는 말이 안 통한다고요.
예민한 사람은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그냥 그러려니 해.”
“강한 마음을 가져야지.”
“자신감을 좀 가져봐.”
하지만 그건 안 되는 사람에게는 정말이지… 안 된다.
예민한 사람은 단순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 아니다.
정보가 많은 사람이다.
세상의 소음, 사람들의 말투, 업무의 변수, 공기의 미세한 기류까지 다 감각해버린다.
이 감각은 마치 피뢰침과 같다.
예민하면 예민할수록 피뢰침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리고 번개처럼 쏟아지는 자극들을 다 흡수해버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흡수한 번개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꼬이고, 튕기면서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저건 실수일까?”, “혹시 나 때문인가?”
하는 식으로 현재의 에너지뿐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까지 뺏어간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번개는 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뚜렷한 번개만 맞자.
라는 마음으로 방향을 바꿨다.
내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뚜렷한 욕망 하나만 잡기.”
그걸 중심에 놓으니, 감각이 나를 망치는 게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 시작했다.
1. 뚜렷한 욕망: 피뢰침을 하나로 정리하자
예를 들어 ‘직장’이라는 번개 구름 아래 있을 때,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이걸 꼭 해낼 거야.’
이렇게 딱 하나의 피뢰침만 박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번개들,
즉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했는지’ 같은 감각들은
1순위에서 밀려난다.
번개(정보)는 줄어들지 않지만,
중요도가 재배치된다.
2. 언어화: 감정과 욕망을 말로 뽑아내라
예민한 사람은 ‘느낌’이 많고 ‘말’은 늦게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감정은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는 또 다른 피뢰침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계속 말로 적어보는 것.
쓸모 없는 피뢰침은 줄어든다.
그리고 남은 피뢰침들은,
나름의 회로로 연결되어 결국 아웃풋을 만든다.
3. 욕심 줄이기: 하나만 해도 충분하다
정보 과잉에 불안을 더하면 정말 끝이 없다.
‘이것도 놓치면 안 돼’, ‘저것도 잘해야 해’
이런 생각은 곧 내 안에 수십 개의 피뢰침을 만든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자.
하나만 한다. 하나만 욕망한다.
내 몸은 하나고, 시간도 하나고, 프로젝트도 결국 하나다.
이런 방식을 쓰면서
나는 요즘 회사에서 꽤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 회사는 결국 돈이 중요해’라는 피뢰침을 세워두니까
자연스럽게 ‘그 돈을 위해 지금 어떤 보고가 필요한가’를 감각할 수 있게 됐다.
이사님들마다 원하는 포인트를 따로 잡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보고한다.
이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예민함을 다루는 전략이자,
감각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민한 사람이라고,
자기 멋대로 살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냥 멋대로 살려면,
욕망을 먼저 정확하게 설정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예민한 사람만이 갖는 방식의 ‘강함’이다.
그래서 이 글을,
예민한 감각 때문에 지친 이들에게 바친다.
“욕망 하나만 정해도, 감각은 당신 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