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친구 관계에 대해.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거래와 계약은 “수평적 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여기에 더해진 내 생각.하물며 거래도 수평적이라면,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 관계조차 수평적이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들이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연관 단어가 떠오를까?
나는 만남, 약속, 의리, 신뢰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고 추론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친구’를 떠올릴 때 그 안에 ‘권력’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은 놓치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서열, 비교, 줄 세우기에 익숙한 문화 안에서 자라왔다. ‘공부를 못하는 애랑 놀지마라’ 부터 ‘저런 애는 꼭 잡아한다’까지.
물론 그 기준은 내면화 된다. “내가 저 친구보다 낫다, 못하다” 라는 은근한 위계적 감정이 ‘친구’라는 단어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관계는 자연스럽지 않다. 그러므로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그렇게 언젠가 나오는 말은 이렇다.
"우리 친구지?"
물론 누구를 좋아하고 인정받고 싶은 일은 당연한 마음이다. 동경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친구’라는 말에 들어올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동경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나보다 잘 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내가 덕질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친구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라는 단어를 재정의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좀 더 쾌적해지지 않을까-싶다. 그 관계를 ‘친구’라고 뭉뚱그려 놓고, 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그 안에 무한한 리소스를 붓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점점 자기 인생의 조연이 되어 간다.
주체와 주체로,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동경과 적당한 마음으로 주고받는다면 그 관계는 생산적이고 건강할 것 같다. 여러분의 친구는 진짜 친구인가. 당신을 평등하게 대해주고 있는가. 나는 이 관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삶의 구석구석까지 평등한 관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