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좋다. 실수해야 성장한다." 이제는 진부한 레토릭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요.
틀렸지만 좋은 결과가 있는 순간들이 모이면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
최근 제 동생이 국토대장정을 다녀왔어요.
길을 걷다가 조그만 마을에 들렀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마을회관에 뛰어들었다고 해요.
"화장실 어디 있어요?"
노인분들에게 말을 걸고 볼일을 마친 후, 정중히 인사를 했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인분들의 대답이 예상과 달랐어요.
"아휴 우리가 더 감사하지. 여긴 젊은이들 보기 힘들어."
그 순간 동생이 든 생각이 이거였어요.
"아, 세상은 무조건 이해타산으로만 돌아가지 않는구나.
내가 뭔가를 이용했지만, 오히려 감사를 받을 수도 있구나."
저를 키운 순간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순간들 같아요.
"내가 틀렸지만 내가 성장한 순간들. 틀림을 인정하면서도, 사실 좋은 결과가 나온 순간들"
저는 사실 겁이 진짜 많았거든요. 여행이 틀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어요.
그런 제가 프랑스 국경지역에서 여권을 도둑맞았을 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결국 지나고 보니 두 가지를 배웠어요.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그럼에도 여행을 천천히 수습하고 다시 세워도 의미가 있구나."
이 경험이 나중에 제 퇴사 결정이나 새로운 일을 과감히 하는 용기의 원천이 됐어요.
실제로 여권을 도둑맞았음에도 다시금 상황을 정상적으로 돌리고
기존의 여행 계획을 그대로 살려보려고 노력했더니
무엇보다 뿌듯하고 대단한 기억으로 변모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틀리지 않았는가? 그건 아니에요.
분명 여권을 도둑맞았고, 뒤틀어졌어요.
하지만 의미가 없었는가? 그건 아니에요.
의미 있고, 재미있었고, 깨달음도 있었어요.
그 이후로 저는 세상에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하기로 하면서도
여행은 여행대로 즐겼거든요.
일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저는 제 판단이 꽤 강한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어느 정도 열릴 틈을 두어요.
제가 틀릴 틈을 두는 거죠.
예를 들어 "저 사람 좀 싸한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최대한 판단을 유보시키려고 해요.
그렇게 대화해 보면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고
내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좋은 경험을 하고 올 때가 많아요.
이렇게 하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면서도,
내 행복도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확장성도 지킬 수 있고요.
세상은 점점 변수도 많아지고,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도 늘어나요.
이건 제가 컨트롤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러면 조금 더 열려있자 - 가 제 생각이에요.
그러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이해가 늘어나고, 조금 더 세상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