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에겐: 연애 세계의 MBTI인가?

철학 관련 학사 나부랭이의 과몰입적 분석

by 시몬 베유

아효. 또왔다. MBTI 넘어, 이번엔 테토/에겐이다.

트렌드와 먼 나에겐 또 공부해야할 세계이자,

신경써야할 영역. 그래서 고민해보았다.


딱히 적극적으로 찾아본 건 아니지만,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이 감각에 대해 해석해보고 싶어졌다.

MBTI가 ‘사람’에 대한 분류라면, 테토/에겐은 ‘연애’에 좀 더 가까운 분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MBTI 열풍의 본질은 ‘이해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통로를 열어주고,

그에 따라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라는 일종의 해방감을 주었다는 데 있다.

테토/에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단, 주제는 달랐다.


테토와 에겐은 이랬다.

이해되지 않던 ’이성’을 해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감정과 관계에 대한 언어를 제공했다는 것.

다만 MBTI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나는 이 점이 신기했다.

MBTI는 과몰입이 보통 혐오나 조롱의 형태로 나타나곤 했는데 반해

테토/에겐은 과몰입이 ‘커플 특~’이라는 짤이나 놀이로 좀 이어지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혐오보다는 일종의 도파민으로 작동하는게 더 많이 보였다.

“아 진짜 INFP 개싫어” 같은 말이 아니라

'테토녀-에겐남 조합 특' 같은 느낌말이다.


과몰입의 결, 테토/에겐 전문가들


여기서 내가 또 궁금했던건 다름아닌 현상과 초점이었다.

이 이야기들은 어떤 주제에 초점을 말하고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가.

테토/에겐 과몰입자들이 보여주는 패턴은 꽤 흥미로웠다.


내가 관찰한 메시지드은 아래와 같다.


테토는 ‘정의’보다는 ‘힘’을 행사한다. 규칙이나 윤리를 지키기보다는, 압도적으로 휘어잡고 지배하는 방식으로 서술되는경우가 많다. (그래서 ‘테토녀’는 종종 웃음벨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테토'와 남자 가 연결되어 있진 않다. 테토 남/녀로써 테토 성향을 가진 여성에게도 정체성을 주어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준다.


에겐은 ‘전통적 여성성’의 경로로 귀결된다. 여리여리함, 순종, 공감 능력 같은 키워드로 묘사된다. (그래서 ‘에겐남’은 종종 비하되는 방식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에겐남이 마냥 비하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존중을 기반으로 에겐남을 좋아하는 여성 혹은 에겐스러운 남성에 대해 존중감을 준다.


그러므로

테토 = 남성성, 에겐 = 여성성이란 등식이 깨지며 존중 및 이해가 성립됐지만

아직까진 전통적인 성 역할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 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나가며 : 누가 이득을 보는가?


푸코는 '분류는 중립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것만 같다.

분류는 언제나 권력의 구조 속에 있고, 그 분류 체계를 통해 누가 이득을 보는지를 살펴야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테토/에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으로 관계를 설명할수록, 그 프레임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누군가는 조용히 배제된다.

또 한 편으론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다.



요약하자면:


테토/에겐은 연애판 MBTI다.

MBTI가 낯선 사람을, 테토/에겐은 낯선 ‘이성’을 이해하게 만든다.

과몰입의 방향성이 다르다. MBTI는 혐오, 테토/에겐은 서사와 낄낄거림.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성 역할에 일부 묶여 있다.

푸코적 질문을 붙인다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관계를 해석하는 프레임은 사람들을 해방시킬 수도, 가둘 수도 있다.

그러니 즐기되, 한 번쯤은 이 구조 바깥도 상상해보자.

언제나 그렇듯, 세계는 좀 더 복잡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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