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 노루발은 왜 있는 건데

도어스토퍼보다 발이 먼저다

by 이미령

퇴근한 남편이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서 다급한 듯 나를 불렀다.

나갔더니

문 앞에 좀 많은 택배가...

사과 10kg(그가 시킴)

당근 5kg(그가 먹을 거)

기타 양배추 등 채소들(거의 다 그를 위한 식재료)

전기요 (설날에 사용할 것)

박스만 크고 요란한 과자(요건 아마 내가...)

쌓여 있었다.


그는 박스들을 보고

내가 아픈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택배는 그가 볼틈도 없이 언제나 잽싸게 치우는 스타일인데, 그날은 배송문자 확인을 못했음)

남편은 너무나 안전한(?) 나를 보더니


일단 자기 가방을 받으라네?

- 뭐지?(자기가 갖다 두면...) 싶었지만 "내가" 받아서 안에 뒀고요

그가 채소가 든 박스를 집으려고 하길래

- 밖에서 꺼내야 한다고 하고 "내가" 신속하게(그가 가만있으면 천천히 해도 될 일을...) 꺼내서 과자와 함께 옮겼고요

또 당근 박스를 들려고 하길래

- 흙이 있어서 급하게 "내가" 조심히 들어서 뒷베린다에 놔뒀고요

사과 박스는 무거우니 같이 들자고 합디다

-(수술 후 회복기의 그를 위해 내 한 몸 부서져라) 무거운 거 들지 마라 하고 나도 무거웠지만 안 무거운척하고 "내가" 혼자 사과박스 위에 전기요까지 올려서...


혼신의 힘을 발휘한 뒤

혼자 분주히 정리하고...

겨우 앉아서

남편한테 물었어

"근데 너(이 양반은 친애? 하는 내 대학동기다)는 뭐 들고 들어왔어?"

"음...... 내 가방???"

"뭐???? 웃기시네!!!!!

가방도 내가 받아서 갖다 놨거든

그대는

그저 일편단심 계~속

발로 문만 받치고 계십디다.

아니~~ 문에 노루발은 왜 있는 건데?"


웃다가 호흡곤란 올뻔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무사히 잘 계시고요

저는 속이 터져 부어도

어떻게 붓기가 자꾸만 살이 되는 마법 속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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