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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Oct 30. 2021

사연 많은 나무 메타세쿼이아

 언니네 갔을 때였다. 길을 걷는데 조카가 기습적으로 질문을 했다.

여기 이 나무 이름이 뭐예요?

눈치 없이 삐질삐질 땀이 났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수피와 나뭇잎을 살펴보았다.

수피는 워낙 비슷한 애들이 많아서 통과!

그렇다면 승부를 잎에서 걸자.

잎은 바늘잎인데 단단하거나 뾰족하지 않네. 바늘잎에 속지 말자. 낙엽으로 보아 얘는 침엽수를 가장한 활엽수.

낙엽 진 메타세쿼이아

그렇다면! 위성류다. 얼핏 본 기억도 난다. 

근데 주로 물가에 사는 나무가 어째서 아파트 안에 떼거리로 있지?

그때였다. 번쩍했다. 

유레카 아닙니다.

나를 상대로 갈고닦아서 빛보다 빨라진 언니의 손이 내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가재 눈으로 째려보려다 바로 포기.

이미 언니가 먼저 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주 짧고 단호하게.


 “메타세쿼이아”

   

 머리 뒤통수를 인연으로 메타세쿼이아 뒷조사를 좀 했다. 나도 하면 한다. 잘하면 논문도 한 편 나오지 싶었다. 그러나 상도덕 차원에서 생각만 했다.     

 좀 늦었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메타세쿼이아다. 조경수로 우리 앞에 설 때까지 작렬한 사연 중 먼저 등장 썰부터 풀자.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처럼 화석 나무다. 

공룡 덕에 워낙 유명해진 중생대 백악기부터 신생대를 걸쳐 활발한 존재감을 드러내다가 200~300만 년 전 멸종했다. 아니 멸종한 줄 알았다. 


그랬다가 바야흐로 세계 2차 대전의 포화가 난무할 즈음, 원래는 세쿼이아라는 나무의 화석인 줄 알았는데 비슷해도 멸종된 다른 나무라는 것을 발견한 일본인이 그 나무화석에 “메타세쿼이아”라 이름을 붙었다. 그리고 또 때맞춰 중국에서 자라고 있는 수삼나무가 알고 보니 얼마 전 이름이 생긴 멸종된 메타세쿼이아라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인의 활약으로 그의 생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그리고 중국에 약 4천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자생하는 것이 보고되었다. 

타의 추종 불가한 세상 최장의 잠수 탄 기록이다.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는데 우리나라 포항에서는 신생대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메타세쿼이아 화석을 그리다.

   

 내게 발음이 힘든 이 이름은 종과 속은 달라도 상당히 비슷한 세쿼이아에 메타를 붙여 지었다. 두 나무는 완전히 남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다. 요새 매우 핫한 단어가 된 “메타”는 라틴어의 접두사 “넘어서, 초월하는, ~이후, 뒤에”라는 뜻과 about의 뜻을 가진 영어 버전이 있다. 공식적인 학명은 읽기도 힘든 라틴어 이명법에 따른다. 발음의 어려움을 내 탓이 아니라 느닷없지만 노련하게 어려운 라틴어 탓으로 떠넘겨 보았다. 

     

 참 우연하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다는 뉴스가 나왔다. "메타"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온다. 

동양 최장의 직선으로 뻗은 일반도로는 경상남도 창원시의 창원대로라고 한다. 지금은 몰라도 그때는 그렇다고 했다. 그 길은 벚꽃도 화려하지만 주된 가로수는 메타세쿼이아다. 그 길을 따라 키가 우뚝하게 솟아나 길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은 장관이다.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그 길이다. 뒤통수 맞을 만하다.


"조작된 기억을 꺼낼 땐 뒤통수를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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