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바늘잎인데 단단하거나 뾰족하지 않네. 바늘잎에 속지 말자. 낙엽으로 보아 얘는 침엽수를 가장한 활엽수.
낙엽 진 메타세쿼이아
그렇다면! 위성류다. 얼핏 본 기억도 난다.
근데 주로 물가에 사는 나무가 어째서 아파트 안에 떼거리로 있지?
그때였다. 번쩍했다.
유레카 아닙니다.
나를 상대로 갈고닦아서 빛보다 빨라진 언니의 손이 내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가재 눈으로 째려보려다 바로 포기.
이미 언니가 먼저 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주 짧고 단호하게.
“메타세쿼이아”
머리 뒤통수를 인연으로 메타세쿼이아 뒷조사를 좀 했다. 나도 하면 한다. 잘하면 논문도 한 편 나오지 싶었다. 그러나 상도덕 차원에서 생각만 했다.
좀 늦었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메타세쿼이아다. 조경수로 우리 앞에 설 때까지 작렬한 사연 중 먼저 등장 썰부터 풀자.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처럼 화석 나무다.
공룡 덕에 워낙 유명해진 중생대 백악기부터 신생대를 걸쳐 활발한 존재감을 드러내다가 200~300만 년 전 멸종했다. 아니 멸종한 줄 알았다.
그랬다가 바야흐로 세계 2차 대전의 포화가 난무할 즈음, 원래는 세쿼이아라는 나무의 화석인 줄 알았는데 비슷해도 멸종된 다른 나무라는 것을 발견한 일본인이 그 나무화석에 “메타세쿼이아”라 이름을 붙었다. 그리고 또 때맞춰 중국에서 자라고 있는 수삼나무가 알고 보니 얼마 전 이름이 생긴 멸종된 메타세쿼이아라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인의 활약으로 그의 생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그리고 중국에 약 4천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자생하는 것이 보고되었다.
타의 추종 불가한 세상 최장의 잠수 탄 기록이다.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는데 우리나라 포항에서는 신생대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메타세쿼이아 화석을 그리다.
내게 발음이 힘든 이 이름은 종과 속은 달라도 상당히 비슷한 세쿼이아에 메타를 붙여 지었다. 두 나무는 완전히 남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다. 요새 매우 핫한 단어가 된 “메타”는 라틴어의 접두사 “넘어서, 초월하는, ~이후, 뒤에”라는 뜻과 about의 뜻을 가진 영어 버전이 있다. 공식적인 학명은 읽기도 힘든 라틴어 이명법에 따른다. 발음의 어려움을 내 탓이 아니라 느닷없지만 노련하게 어려운 라틴어 탓으로 떠넘겨 보았다.
참 우연하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다는 뉴스가 나왔다. "메타"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온다.
동양 최장의 직선으로 뻗은 일반도로는 경상남도 창원시의 창원대로라고 한다. 지금은 몰라도 그때는 그렇다고 했다. 그 길은 벚꽃도 화려하지만 주된 가로수는 메타세쿼이아다. 그 길을 따라 키가 우뚝하게 솟아나 길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은 장관이다.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그 길이다. 뒤통수 맞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