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단일 종으로 지구에서 약 2억 5천만 년 넘게 버텨왔다. 공룡과 같이 함께했던 나무다. 소철, 메타세쿼이아와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대접한다.
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은행나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아니 그 영화 얘기 말고~
편의상 나무는 침엽수와 활엽수로 나누어져 있다. 학술적 의미가 없는 비공식인 분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많은 책에서 은행나무는 침엽수로 되어있다. 침엽수 대표주자 소나무와 같은 소속이란다. 앵? 그건 좀 아닌데. 은행잎이 침엽이라니. 넓적한 잎을 뾰족한 애들과 한편이라니. 우기는 것도 웬만해야지. 예상대로 논란은 줄기찼다.
대체로 그 발단을 1970년 “임학 개론”에서 은행나무를 침엽수로 분류한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론의 근거로 겉씨식물은 대부분 침엽수이고 속씨식물은 거의 활엽수인데, 은행나무는 확실히 겉씨식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친인척도 없는 1목-1과-1속-1종의 단출한 나무라 침엽수 쪽에 통으로 묶여 들어갔다. 이후 쭉- 침엽수 라인을 고수해왔다. 끊임없는 시비에도.
침엽수가 아니라는 생태학적인 무수한 주장이 있는 반면에 이색적인 증거도 있다. 은행나무의 진짜 화석 중에 나란한 잎맥을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잎의 나무가 딱! 있다.
화석을 보니 절대 침엽수가 아니라고 생각한 내 마음이 흔들린다. 내 눈에도 얘가 좀 상당히 침엽수 같아 보인다. 뾰족하지는 않지만. 침엽수라 우길만하겠다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잎이 갈라진 은행나무는 멸종했다. 직접 화석 그림까지 그리고 나니 만약 침엽수와 활엽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침엽수에 한 표.
은행나무 화석을 그리다
그래서 침엽수야? 아니야?
은행나무의 공식적 소속은 겉씨식물이다. 말고~ 정말 궁금한 비공식적인 소속은? 산림청에서 내린 정답은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라 겉씨식물이지만 독특한 특징으로 독립적인 계통군으로 분류해 은행나무문으로 확 분리 독립시켰다.
즉 비공식적으로 나무를 침엽수, 은행수, 활엽수 세 가지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비록 딱 한 종만 있어도 따로 분류한다니 은행나무의 위상이 장난 아니다. 뒤늦게 침엽수라고 우길뻔한 나와 상관없이 논란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비공식적 은행나무의 소속은 침엽수도 아니고 활엽수도 아닌 은행수다.
은행나무는 소속 논란 말고 다른 문제가 있다. 이 나무는 멸종위기종이다. 무슨 129? 말이 안 된다. 밖에 은행나무 천지인데? 냄새 때문에 오히려 내가 위기인데.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견뎠던 나무다. 공해에 강하고 천적조차 적어 병충해 피해도 거의 없는데. 그래도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 상태에서 자력 번식이 힘들기 때문이다. 분포지역이 동아시아라는 좁은 서식지의 한계와 단일 종이라는 불리한 상황으로 현재 자연 상태에서 번식하고 자생하는 군락이 거의 없다. 가을에 발에 밟히는 그 많은 열매는(열매라기보다 종자) 뭐하고? 동식물 멸종에 악명이 나 있는 인간 때문에? 아니다. 은행을 먹어 소화, 배설해서 종자 번식에 도움이 되었던 동물들이 거의 멸종했다. 현재는 심한 냄새와 독성으로 은행을 먹는 동물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인간에 의해 개체가 유지되고 있다. 인간의 손에 나무의 생존 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은행나무를 생존시킨 강인한 생명력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이번에는 인간에게 효용 가치로 강인하게 버티는 중은 아닐까? 생존에는 이미 달인인 이 나무는 인간과 손잡아 프로답게 진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