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최종 점검 그리고 실기시험

by 이미령

설계는 막바지까지 시간과 싸워야 했다.

선은 깨끗이, 글씨는 깔끔히, 요건은 빼놓지 않고 신속히 그리기.


수목 감별 시 생소한 나무가 나와도 당황하지 말기. 119종 안에 있는 다 아는 나무라는 생각을 하면 부담이 좀 덜어졌다.

조경시공 실습은 남편의 비자발적이며 수동적인 벼락치기 특강을 받았다. 남편은 같은 과 동기다. 그러니 노력은 가상하나, 남들이 보면 도토리 키 재기 구경난 줄

시험 하루 전, 시험장의 제도판이 불편할 수 있다는 후기가 있어 쓰던 제도판을 챙겼다. 준비물의 무게는 시험의 부담과 비례, 상당히 무거웠다. 반입 가능한 간단한 스낵과 음료도 넣었다. 이 정도 비장함과 준비물이면 나라를 구하러 가는 줄.


그날이 왔다.
조선시대 태어났으면
장군이(접니다) 시험장으로 출동!

설계도 시험.

시험장의 제도판은 평행자가 헐거워 내 제도판을 사용했다. 필기구와 준비물을 쓰기 편하게 놓았다. 시험시간 동안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수분 섭취를 최소한으로 했다.


시험지를 받고, 시험감독관께 시험지를 반으로 찢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셨다. 현황도와 문제를 반으로 찢었다. 현황도에 칸을 표시, 형광펜으로 공간 구분용 작업, 빈 곳에 표제란 내용을 적었다. 요구사항과 설계조건은 색 펜으로, 중요한 것은 별표를 했다. 선택한 수목은 시험지에 바로 표시했다. 빼곡해진 현황도를 제도판 모서리에 붙이는 것으로 설계도 시험에 돌입했다.


벽천 있는 평면도 완성 후 단면도를 거의 다 그렸을 때.

단면도에 그려진 소나무, 벚나무, 단풍나무를 본 감독관의 와! 하는 짧은 탄성을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확실히 들었다.

열정을 쏟은 설계도 2장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제출했다.


수목감별은 놓친 나무가 많았지만 그 정도면 감사한 선방이었다.


그리고 조경실습...

어! 수험생 대부분이 학원명이 새겨진 노란 조끼를 꺼내 입고 야외실습장으로 가네. 편한 복장이면 된다고 해서 나는 노란 병아리 떼 틈에 섞여 그냥 실습장으로.


두 가지 실습작업 중 수간주사 먼저.

이때 감독관이 구술 질문을 했다.

또박또박 답을 하고 어설픈 수간주사도 마무리.


문제의 열식식재.

호시탐탐 등판을 노렸던 돌발상황이 떴다.

식재할 땅이 거의 모래다.

어떡하지~

식재할 나무도 작은 관목이 아니다. 크다.

우짜지~

모래 땅은 깊이 파도 자꾸 무너지고.

겨우 심은 나무도 슬슬 옆으로 기울고.

두 줄로 심어야 하는데 한 줄도 못 심고.

나도 막 삐뚤어지고 싶고.

다른 수험생들은 다 끝내고 연장을 정리하고.

혼자서 태산이라도 만드는 줄.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두 줄 비슷하게 심고 나니 기운이 다 빠졌다.

아주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시험 중 가장 힘든 종목은 식재 작업인 걸로.


그렇게 조경기능사 실기 시험을 마쳤다.

임무를 모두 마치고 소집해제



keyword
이전 15화15. 참나무 6형제 너머에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