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참나무 6형제 너머에 이럴 수가

by 이미령

수목감별은 수목 119종 중 대략 20여 종이 출제된다.

한 수종당 수형, 수피, 잎, 꽃, 열매 등 사진 여러 장이 약 5초 간격으로 지나간다.

주관적 체감 속도는 거의 빛으로.

보자마자 수목명을 적어야 다.

보기도 없는 세상에 남겨진 객관식 세대의 고군분투는 힘겹다.

수목 중에는 헷갈리는 나무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참나무속 1상 2갈 3참이라는 참나무네 도토리 6형제가 있다.

따로 놓고 천천히 보면 알겠는데 동시에 입장하면 누가 누군지 그야말로 혼란의 대환장 파티다.

덤으로 가시나무 패밀리까지 도토리를 앞세워 등장하면 오리무중 속으로.

깔끔하게 그들을 향해 “You win!”

다음, 침엽수 군단은 잎의 수가...

이럴 수. 1, 2. 3. 5엽이 있다.

전나무 1엽, 소나무가 2엽, 잣나무는 5엽이라니!

이제 소나무를 보고도 소나무라 못하겠다.

이상하게 산수유와 생강나무만 보면 나의 침묵은 길다.

꽃이 노랗다는 것 말고는 비슷한 것이라고는 1도 없는데도 그렇다. 노란 개나리를 봐도 놀랄 일이다.

매화나무, 산벚나무, 살구나무, 앵도나무, 복사나무가 모여있는 벚나무 라인도 만만치 않다.

얘도 쟤 같고, 쟤도 얘 같은 애들이 떼로 몰려서. 대단하다~ pass.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의 스토리는 얼추 옴니버스 구성으로 상당히 재미있다. 이 맛에 마음을 붙들고 공부했다.

기특한 우리나라 특산종 라인도 있다. 크리스마스트리계의 백미로 아름다운 수형이 짱! 구상나무와 노랑꽃이 포도송이처럼 조롱조롱 달린 히어리, 열매가 선녀의 부채를 닮았다는 미선나무, 꽃봉오리가 술병처럼 생긴 병꽃나무가 그들이다.

백합나무(튤립나무)는 화석 나무로써의 위상보다 디자인의 Masterpiece라 할 정도로 미려한 잎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5대 거목 중 하나인 회화나무는 줄곧 아까시나무와 닮았다는 주장에 울퉁불퉁 잘록한 모양의 열매로 확실한 선 긋기를 다.

무기고 언저리 어디쯤에서 자랄 듯한 작살나무, 화살나무는 꽃보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나무다.

그런데 말입니다. 교재 속에서는 그렇게도 친숙한 나무들이 실물이나 다른 책에서 만나면 초면이 되는지.

이렇게라도 조금씩 곁을 내어 주니
나무를 나무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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