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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May 26. 2021

5-2.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에게서 힘을 얻다.

농대 행정실에서 재무과로 그 이후에 자연대에서 총 12년을 근무하고 총무과로 발령을 받았었다. 처음엔 4년, 다음은 6년, 다음은 2년을 근무하고 발령받은 총무과에서는 고작 1년을 근무했다. 단 하루의 차이도 없이 정확히 365일. 우리 대학 직원의 인사발령은 평균 2~3년 이내이다. 인사 발령에 관한 사항은 인사권자가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왜 짧게 근무하고 발령이 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한 가지 이유는 확실할 것이다. 바로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 같다.


불편한 이유는 앞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총무과는 노조를 관리하는 부서이고 나는 그 노조의 주요 간부였기 때문이다. 임금협상과 단체협상 또는 이외의 노조의 요구사항들로 수시로 협상하고 부딪히는 관계이다. 오전엔 총무과 직원으로 총무과 입장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오후에는 노조의 입장으로 총무과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했다.


또한, 총무과에서 새로 기획되는 업무 중에 노조와 관계되는 일들을 먼저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럼 이 문제를 공론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우선 모른 척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추진될 경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나 또는 불편함이 있을 수 도 있는 일일 경우에는 사전에 노조 측에 전달을 하고 문제를 삼아야 하는 건지. 내 소속을 총무과에 우선 할 것인지 아니면 노조 간부로서 노조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다. 결국은 내용에 따라 두 가지 선택지를 왔다 갔다 했었다. 실제 월급을 받기 위해 처리하는 주 업무보다 외적인 이런 일들이 사람을 더 스트레스받게 하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주 업무야 배우고 시간이 지나면 누구든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이다. 내가 맡은 업무뿐만이 아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내 시간을 빼앗아 가거나 내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주 업무가 아닌 것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주 업무는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가 되는 거니깐 어떠한 경우에라도 처리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간간히 일 량이 많아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외의 부서의 장이 갑자기 엉뚱한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취합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거나(이런 일들은 대부분 일만 벌이고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시간 버리고 몸 버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직원이나 민원인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것들이 예상외로 너무 자주 많이 발생한다.


총무과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위에 언급한 노조와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일들, 민원담당으로 말도 안 통하는 민원인들의 집요함, 보직자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일처리 등에서 짜증 나고 피곤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겨우 1년 근무기간이었지만 다른 곳 2년~3년 근무한 것 같은 피로도의 쌓임이 있었다. 


총무과에서 담당했었던 가장 어려웠던 업무는 경비용역으로 근무했던 분들의 정규직 전환 업무를 담당하는 거였다. 학교 측에서는 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은 시키되 예산 문제로 인하여 인건비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하고, 노조 측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이름만 정규직이 아닌 급여, 복지 등 실제 내용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총무과에서 경비 용역분들의 정규직 전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조 간부인 나는 어느 쪽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정말 몇 날밤을 고민했었다. 몇 달간을 학교 측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노조 측 입장에서 학교 측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결국 근무기간 동안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발령이 났다. 


그렇다면 총무과에서 근무했던 모든 시간이 다 힘들었느냐? 하면 그렇진 않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시간이 더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팀장님과 팀원들과의 관계였다. 워낙 좋은 분들이었기에 공적인 업무도 잘 도와주었고, 사적으로도 굉장히 편안하게 지냈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시 외과의 주택이지만 학교 직원들을 초대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총무과에서 같이 근무했던 팀원들은 집으로 초대해서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할 정도로 심적으로 편안한 관계였다.


그렇기에 업무적으로나 그 외적으로 내가 맡고 있는 위치에 따른 문제점이 있었기에 총무과 근무가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거였다. 가깝게 붙어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만약 사람과의 관계에서까지 문제가 있었다면 더욱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함께 욕해주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주고 개인적인 속상함에 마음 써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직장인에게는 그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 시절에 많이 느꼈었다.


총무과에서 나를 총무과로 발령을 내서 곤란하고 힘들게 했지만, 또 총무과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힘을 얻게 되는 날들이었다. 글을 쓰며 다시 그때를 돌이켜보며 '사람이 재산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가장 힘들지만 결국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와 힘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 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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